[BIFF 人터뷰] ‘돼지의왕’ 박희본 “김꽃비의 레드카펫, 울컥했다”

[BIFF 人터뷰] ‘돼지의왕’ 박희본 “김꽃비의 레드카펫, 울컥했다”

기사승인 2011-10-10 09:39:00

"[쿠키 영화]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불편한 현실을 그려낸 영화다. 마치 1992년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보는 듯 하다. 그러나 둘은 다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소도시의 한 초등학교(현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권력의 형성과 붕괴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려졌다면, ‘돼지의 왕’은 중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비슷하지만, 한층 발전되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욱 공고해진 권력층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토리는 이렇다. 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해한 황경민(목소리 오정세)은 중학교 동창 정종석(목소리 양익준)을 찾아 나선다. 자서전 대필 작가로 겨우 생계를 유지해 가는 종석은 15년 만에 자신을 찾는 경민 때문에 당혹스러워 한다. 소주 한잔 기울이며 같은 반에서 철저하게 무시당해 지우고 싶었던 중학교 시절과 자신들의 우상이었던 김철(목소리 김혜나)을 떠올리게 된다. 학교를, 학급을 장악했던 무리들과 그들로부터 무시당했던 자신들의 이야기를 어렵게 꺼내던 경민은 학창시절의 교정으로 종석을 이끌어, 15년 전 그날의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려 한다.

‘돼지의 왕’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스토리, 실사와 결합된 애니메이션의 힘도 있지만, 이들 캐릭터들을 살려낸 목소리를 담당한 배우들의 힘도 한 몫을 담당했다.

불편한 현실을 그려낸 스토리를 바탕을 하고 있어서, ‘세다’고 느꼈지만, 정작 황경민과 정종석의 중학교 시절 목소리를 각각 담당한 박희본과 김꽃비는 도리어 담담했다. 영화 ‘똥파리’의 히로인 김꽃비와 걸 그룹 ‘밀크’ 출신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에 출연한 박희본을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에서 만났다.

“‘세다’는 생각은 안했죠. 물론 다 만들어진 영화가 세지 않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저희가 목소리 더빙에 참여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가질 정도는 아니었어요.” (김꽃비)

“저도 그렇게 심각하게 안 받아들였어요. 전체적으로는 심각하게 생각은 안했지만, 아이들의 마음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했죠. 경민이가 상급반 아이들에게 맞고 철이를 옥상으로 부르잖아요. 애가 이 이야기를 했을 때 심정을 어땠을까. 그런 부분에서의 고민은 있었어요.”(박희본)

이들이 녹음을 하는 형태는 독특했다. 양익준 감독과 배우 오정세는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목소리 녹음을 끝냈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상상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화면에 끌려가는 어려움은 덜했다. 이에 비해 김꽃비와 박희본은 화면이 다 만들어지고 나서, 녹음에 참여했다. 재미있는 것은 여배우인 이들이 담당한 목소리 주인공들은 남자 중학생들이다. 이들은 어떻게 이번 작업에 참여하게 됐을까.

“저는 지난해에 서울독립영화제에 나왔던 영화 ‘도약선생’ 프로듀서와 인연이 있었는데, 애니메이션 더빙을 해봤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제가 가수 활동할 때, 지상파에서 동물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해봤거든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놀랐죠. 여고생인 줄 알았는데, 중학생 남자더라고요. 하지만 시나리오를 다 읽고 나서는 반드시 하고 싶었어요.”(박희본)

“연 감독님하고는 친분이 있는 상황에서 오래 전에 시나리오를 읽었어요.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저한테 더빙 제안이 왔었어요. 과거 애니메이션 ‘집’에서 한번 더빙을 해본 적이 있어요. 어렵다고 느껴서 이번에도 자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연 감독님이 할 수 있다고 해서 마음을 먹었죠. 그런데 사실 걱정을 했죠. 경민이는 여려서 여배우가 목소리 더빙을 해도 괜찮지만, 종석이는 얼굴이 중1 얼굴이 아니에요. 그래서 제 목소리가 너무 튀게 나와서 영화에 약점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죠”(김꽃비)



담당하게 받아들이고 막상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지만, 불편한 적도 있었을 것이다. 앞서 거론했듯이 양 감독과 오정세가 영화를 보기 전에 참여한 반면, 이들은 영화 속 불편한 현실에 대한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목소리 연기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연 감독님이 집요해요.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못하겠다. 이건 못하겠다’라고 한 것들이 있었는데, 연 감독님은 그것을 끝까지 파고드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보다보면 어렵게 받아들여야 하는 지점들이 있잖아요. 인간 사회의 계급 문제라든지 하는 부분들이 부끄러울 수 있고, 스스로 표현하기 어려울 텐데 그려내시더라고요.”(김꽃비)

김꽃비는 이번 부산국제영화 레드카펫에서 ‘개념 여배우’로 등극했다. 여타 여배우들이 노출과 화려함에 치중한 반면, 김꽃비는 한진중공업 근무복을 입고 등장해, 한진과 강정마을을 알렸다. 이런 부분에 대해 같이 박희본은 “울컥했다”고 표현했다.

“개막식 다음날 아침에 이메일을 체크하러 인터넷에 들어갔는데, 꽃비 씨가 검색어에 랭크됐더라고요. 기사 보고 울컥했어요. 같은 작품을 한 사람으로서 뿌듯하기도 했고요. 꽃비 씨 처음 볼 때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했어요. 전 어릴 적에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해서 친절을 강요당한 측면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해야 되는 강박관념이요. 그런데 꽃비 씨는 그러지 않잖아요.”(박희본)

이 두 멋진 여배우가 목소리 더빙에 참여한 ‘돼지의 왕’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있으며, 11월 일반 대중들과 만날 예정이다.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islandcity@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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