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배우 소지섭이 마음을 울리는 멜로 영화 ‘오직 그대만’으로 팬들 곁을 찾는다. 전직 복서 철민 역을 맡은 그는 오직 한 여자 정화(한효주) 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해바라기 같은 사랑을 한다.
통속적 내용에 뻔한 캐릭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직 그대만’ 속 소지섭은 다르다. 감정을 억누르는 애절한 눈빛 연기와 특유의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는 액션 신 등을 통해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영화 홍보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소지섭을 13일 오후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는지 가장 먼저 “영화 재밌게 보셨나요?”라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내비쳤다.
‘오직 그대만’은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지난 6일 첫선을 보였다. 소지섭은 당시를 회상하며 “영화를 보며 그동안의 기억들이 떠올라 울컥했다. 관객들이 반응을 보여주니 더욱 그랬다”고 털어놨다.
멜로 영화는 여자들이 더 좋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직 그대만’은 남성 팬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이야기를 전하자 소지섭은 “나 역시 정말 놀랐다”며 “무엇 때문인지 남자들이 더 많이 우셨다고 하더라. 내게 감정이 몰입된 건지 다른 것에 동화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다”며 웃어 보였다.
소지섭 본인이 생각한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소지섭은 51점이라는 다소 박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최고점이란다.
“내 작품을 내가 점수를 준다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지만 51점을 주겠다. 우리 사무실 이름도 51K이다. 51이라는 숫자는 큰 의미가 있다. 49%와 51%의 차이는 얼마 되지 않지만 모든 승패가 이것에서 갈린다. 즉 이 작품에 거의 만족한다는 뜻이다.”
그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로드 넘버원’ ‘카인과 아벨’과 영화 ‘영화는 영화다’ 등의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연기를 펼쳤다. 이 작품들 중 51점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 작품이 있을까.
“‘오직 그대만’에게 준 51점은 절대 짠 점수가 아니다. 내게는 최고점이다. 영화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게 나왔다. 특히 ‘뻔하고 진부한데 왜 가슴 아프고 눈물이 날까’라는 말을 듣고는 뛸 듯이 기뻤다.”
한 여자만을, 한 남자만을 사랑하는 영화 속 설정은 모든 사랑의 이상향이다. 그는 “실제로도 지고지순한 면이 있다”며 “한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만을 바라보고 사랑한다. 거짓말도 잘 못해서 아예 거짓말하기를 포기한다. 그 사람한테도 잘해주기 벅찬데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달콤하고 진심 어린 말을 남겼다.
그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을 여자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다. “이상형은 늘 바뀌지만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이해해주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또 좋아하는 것보다는 싫어하는 게 같은 사람이었으면 한다. 좋아하는 것은 상대가 맞춰주지 않아도 잘하지만 싫어하는 것을 맞춰주기란 서로 힘들다. 그 이유로 서로 싫어하는 게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촬영하며 한 감정을 오랜 시간 유지해야 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영화에서 멜로를 다룬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TV에서 멜로를 여러 번 했지만 영화와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TV는 한 회에서 부족하면 다음 회에서 채울 수 있고 빠르게 지나가니 소모성이 있다. 하지만 영화는 압축해 보여줘야 하고 준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그런 과정이 정말 힘들고 지치게 했다.”
모든 배우가 자신의 영화에 100% 만족하지 못하듯 소지섭도 영화 속 몇 장면에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복근이 노출되는 장면이 그랬다. “영화 속 운동하는 장면에 복근이 나오는데, 사실 그 모습은 얼굴만 찍기로 돼 있던 장면이었다. 그래서 운동도 많이 안했는데 영화를 보니 복근까지 다 나오더라. 준비를 더 했으면 더 멋있게 나왔을 텐데 아쉽다.”
그는 “노출 연기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예전부터 벗는 연기를 싫어했다. 그런 장면을 영화의 서비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역할에 맞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도 않은데 벗기를 원한다면 당황스럽다. 복근은 만들기도 힘들고 유지하기도 정말 어렵다. 일주일만 신경 쓰지 않으면 사라져 버린다.”
소지섭은 자신의 연기스타일에 대해 “스스로를 괴롭히며 쥐어짜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영화 ‘오직 그대만’ 홍보 활동과 다음 작품인 액션 영화 ‘회사원’ 촬영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지금이 슬럼프 일 수도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영화를 찍으며 모든 것을 다 털어놓고 나니 텅 빈 듯한 기분이다. 무언가를 채운 뒤 끄집어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어 힘들다. 이 시기가 상당히 고통스러운데,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 이겨내는지 궁금하다. 나는 비어 있는데 어떻게 쥐어짜야 하는지, 단순히 기교나 다른 것으로 포장해야 하는지, 더 많은 작품을 통해 영감을 받아야 하는지 고민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회사원’ 이후 택할 작품은 나를 덜 괴롭히는 것이 됐으면 한다. 성격상 또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고 스트레스를 줄 것 같지만 코미디가 됐든 뭐가 됐든 다음 작품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직 그대만’은 사랑에 대해 고민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직 그대만’은 송일곤 감독의 작품으로 오는 20일 개봉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