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8일 (금)
[Ki-Z 네영화 내영화] 화려하지만 내실은 빈약한 영화 ‘삼총사 3D’

[Ki-Z 네영화 내영화] 화려하지만 내실은 빈약한 영화 ‘삼총사 3D’

기사승인 2011-10-22 13:24:01

[쿠키 영화] 박영석(이하 ‘석’): 오늘의 영화는 ‘삼총사 3D’ 이다. ‘레지던트 이블’의 폴 앤더슨 감독의 작품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삼총사 영화라 반갑다.

김고운(이하 ‘운’): ‘삼총사 3D’는 전설의 삼총사와 새로운 영웅 달타냥이 막강한 적과 싸우며 우정과 맹세를 확인하는 과정을 다룬다. 프랑스 왕의 친위부대 삼총사는 비행선 설계도를 입수해야하는 임무에 실패하자 실의에 빠진다. 그리고 프랑스의 실질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추기경은 왕권을 차지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한편 왕의 친위부대가 되기 위해, 성으로 향하던 달타냥은 우연히 만난 삼총사와 합류하게 되고, 추기경의 음모를 알아챈 왕비로부터 음모를 제지하라는 임무를 받게 된다.

석: ‘삼총사’는 프랑스 소설가 알랙상드르 뒤마의 원작으로 이미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야기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삼총사 이야기를 좋아했다. 17세기 프랑스에 대한 왠지 모를 낭만도 있고. 그래서 이번 영화에 기대가 컸다. 특히 개성 만점의 삼총사들과 달타냥의 캐릭터를 어떻게 그렸을 지가 궁금했다. 고운 씨는 어떻게 보셨나?

운: 삼총사란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영화뿐만이 아니라 연극이나 뮤지컬 등으로 많이 제작되어 왔었고, 특히 2001년에는 달타냥을 주연으로 한 영화 ‘머스킷티어’가 제작되기도 했다. 그만큼 다양한 캐릭터가 생동감 있고 변화무상하단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제목을 다시 삼총사에 두었으면서도, 세 명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석: 영화가 시작되면 삼총사가 비행선 설계도를 훔치기 위해 침투하는 과정이 보여지면서, 세 명의 화려한 솜씨와 특징이 드러난다. 난 기본적인 설정 상으로는 이 세 명의 개성이 매우 잘 살려졌다고 본다. 외모적인 특징도 매우 좋다. 다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들의 개성이 영화의 스펙터클에 묻혀버리는 것이 문제다.

운: 내 생각은 조금 다른데, 기획단계에서 이미 삼총사의 캐릭터는 세밀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본다. 배우 캐스팅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버킹엄 공작, 달타냥, 밀라디라는 인물은 거물급 배우가 캐스팅이 됐지만, 삼총사로 캐스팅 된 배우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배우다. 개인적으로 둘째 아라미스의 모습은 황홀하게 감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캐릭터가 잘 살려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서 삼총사는 애초에 주객전도가 된 영화다.

석: 삼총사보다는 달타냥이 주인공인 영화다. 달타냥 역할을 맡은 로건 레먼은 귀여운 외모와 화려한 칼솜씨를 보여줬다. 달타냥 특유의 활력을 잘 살린 것 같다. 캐스팅을 보면 밀라 요보비치의 밀라디, 올랜도 블룸의 버킹엄, 크리스토프 왈츠의 라슐리외 추기경에 비중이 놓여 있다. 그런데 막상 영화에서는 밀라디 이외에는 활약이 적은 편이다. 아마도 2편이 나와야만 캐릭터 설정의 전반적인 비중과 구도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운: 많은 여심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올랜도 블룸의 활약을 기대했다. 그가 한 번도 맡아보지 않은 악역이라니! 영화를 꼭 보러 오라는 악마의 속삭임을 느꼈다. 그런데 정작 블룸은 몇 씬 안 나온다. 게다가 그의 연기는 ‘캐리비안 해적’을 함께 촬영했던 조니 뎁의 연기와 너무 닮아있었다. 독창적이지 못한 연기에 내심 실망까지 했다.

석: 그나마 에필로그 장면에서 올랜도 블룸의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니, 2편에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이 영화가 가장 신경 쓴 부분 중의 하나가 17세기 프랑스의 풍경과 화려한 궁궐을 담아내는 거다. 난 영화 미술과 의상 부분이 아주 만족스러웠는데 고운 씨는 어땠나?

운: 아름다운 장면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왕실의 기품을 여실히 나타내는 궁궐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석: 모든 촬영을 독일에서 했다고 한다. 프랑스 시골은 너무 개발이 되어 있어서 보다 한적한 독일 시골에서 찍었다고 한다. 달타냥이 처음 파리에 들어오는 장면은 참 황홀했다. 왕실 장면들은 독일의 유명한 궁전들에서 특별히 촬영 허가를 받아서 찍었다고 한다.

운: 특히 루이 13세가 패션에 집착하는 모습은 프랑스의 화려한 궁전과 어우러지면서, 영화의 유머코드로도 활용됐다. 그만큼 미장센에 신경을 많이 썼고 자신감 있게 영화 안으로 끌고 들어왔단 의미로 생각된다. 더불어 3D의 효과가 가미되면서 배경의 아름다움이 살아났다.

석: 호화찬란한 의상과 배경 등 눈이 매우 즐겁다. 다만 3D 효과에 대해서는 생각이 좀 다른데, 아직까지의 3D 영화는 배경 보다는 인물만을 부각시키는 것 같다. 억지로 만들어지는 입체감이 본래 공간의 깊이를 왜곡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운: 글쎄 3D는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박이 많은 기술이니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공간성을 떠나 미장센 그 자체 만으로의 아름다움을 따진다면 화려함을 최대로 부각시킬 수 있는 기술이었다고 본다.

석: 캐릭터와 배경 등 많은 면에서 공을 많이 들인 영화다. 내용도 전반부까지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삼총사의 등장 장면에 나오는 액션이나 달타냥이 파리에 와서 삼총사와 함께 추기경 친위대와 싸우는 모습은 참 멋졌다. 그런데 난 이 영화가 메인으로 삼았던 비행선이 등장하면서부터 영화가 심심해지더라.

운: 수상쩍은 일이다. 비행선이 전면적으로 등장하면서 분명 영화의 스펙터클은 발생한다. 이 영화가 원작과의 차이점에서 가장 차이점을 두고 있는 지점도 비행선의 등장이다. 더불어 삼총사의 최강의 적으로 선정되는 대상도 비행선이고. 그런데 말씀대로, 비행선이 등장하면서 영화의 모든 흐름이 무너지게 되고, 때리고 부수는 장면 외엔 아무 것도 남지 않더라.

석: 거대한 배로 된 비행선이 날아간다는 점이 주는 놀라움과 즐거움은 한순간일 뿐이다. 비행선이 나오면서 하는 거라고는 대포를 쏘는 것밖에 없다. 런던타워에 목걸이를 찾으러 갈 때도, 난 삼총사와 달타냥 측과 버킹엄과 밀라디 측의 오밀조밀하고 긴장감 넘치는 침투전을 기대했었다. ‘미션 임파서블’처럼 말이다. 그런데 비행선 대포 한 방이면 승부가 끝나버리니 참 싱겁더라.

운: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삼총사 3D’에는 많은 영화들이 섞여있다. 올랜도 블룸의 연기와 선적모양의 비행선은 ‘캐리비안의 해적’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초반 검술장면이나 밀라디의 슬로우 모션은 검술의 밀고 당기기를 리듬으로 표현한 듯 재미가 있는데, 이것은 ‘매트릭스’를 떠올리게 한다. 영석 씨는 슬로우 모션에 꽤 실망하신 것 같던데.

석: 슬로우 모션에 실망하진 않았다.(웃음) 지금 생각하니 너무 남발한 것 같기도 하다. 말씀대로 많은 영화가 떠오른다. 아무래도 독창성은 별로 없는 영화다. 어쨌든 비행선을 독창적인 장치로 쓰려고 한 것 같은데 오히려 이것이 영화를 단순하게 만들어버렸다. 전반적인 서사에 있어서도 액션에 있어서도 너무 비행선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운: 후속작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비행선에 초점이 맞춰져야 했을 것이다. 원작에서는 비행선이 전혀 등장하지 않으니까 설명이 필요했을 거고, 그러다보니 전개가 전반적으로 루즈하다는 느낌이 든다. 결국 중요한 액기스는 2편에 남겨둔 채, 1편은 2편을 위한 전초전이란 분위기가 강하게 풍긴다. 쉽게 말해 돈을 두 번 벌겠단 의도가 강해 보인다.

석: 그런 면이 있다. 그나마 내용 면에서 루이 13세가 달타냥과 우정을 통해 왕비와의 사랑을 성취하고 왕으로서의 본인의 위치를 자각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참 좋았다. 루이 13세의 활약은 2편에서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운: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니 다행인 일이다. 그럼 영석 씨는 ‘삼총사 3D’를 한마디로 뭐라고 표현하실 건가.

석: 겉은 왕실처럼 화려한데 그 내부는 조금 빈약한 영화.

운: 후속작을 위해 만든 따분한 전초전.

◇ ‘네영화 내영화’는 쿠키TV 프로그램 ‘연예브런치’내 영화 소개 코너로 영화칼럼리스트들이 진행한다. ‘삼총사 3D’은 10월 21일 방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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