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지아 “성격과 안 어울리게 무대만 올라가면 ‘돌덩이’”

[쿠키人터뷰] 지아 “성격과 안 어울리게 무대만 올라가면 ‘돌덩이’”

기사승인 2011-10-25 09:17:01

[쿠키 연예] 가수 지아(본명 박지혜)는 가요계에서 특별한 존재다. 2007년 데뷔 이후 그는 방송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발표하는 곡마다 온라인 음악사이트 상위권에서 항상 머물렀다. 이렇다 할 마케팅을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한마디로 목소리로만, 노래로만 대중들의 심정을 울리며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셈이다.

“저도 나올 때마다 신기해요. 어떻게 저를 항상 사랑해주실까 하고요. 항상 볼 때마다 기분 좋고 감사드리죠. 그러다보니 곡을 발표할 때마다 기대보다는 부담감도 있어요. 노래가 나오면 앨범도 기대를 하지만, 뮤직비디오도 많이 화제가 되어서, 이를 더 좋게 찍으려고 하는 부담감도 생기고요. 그런데 그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더 잘하려 하고요. 그래서 점점 더 발전해 가는 것 같아요.”

지난 9월 30일 지아가 3년 만에 발표한 정규 2집 앨범 ‘아방쎄’의 타이틀곡인 ‘내가 이렇지’는 백지영의 ‘그 여자’ 등을 만든 전해성 작곡가의 곡이다. 허스키한 보이스의 하동균이 피처링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인 이 곡은 떠나간 여인을 붙잡으며 자책하는 여성의 슬픔을 노래한 곡이다. 지아의 목소리를 통해 대중들은 이별의 감정에 같이 잠긴다. 그러나 비단 타이틀곡 뿐 아니라, 이번 앨범은 여러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느끼게 했다.

“이번 앨범에는 여러 가지 느낌이 담겨있어요. 사랑을 시작하고 끝나고의 과정이 다 들어있는 앨범이에요. 사랑이 다가오고, 진행하는 느낌부터 헤어진 첫날 같은 느낌을 거쳐 헤어진 이후의 현실이 믿기지 않는 여자의 감정까지 담았죠. 사실 순서대로 트랙 배열은 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조용한 발라드만 나오면 지루할 수 있으니, 중간에 빠른 템포를 넣어 듣기 좋은 순서대로 만든 것 같아요.”

지아에게는 ‘얼굴없는 가수’라는 이름이 따라붙는다. ‘얼굴없는 가수’라는 타이틀은 대개 가수들이나 기획사들이 마케팅에 이용하려 만든다. 그러나 지아는 마케팅 차원도, 의도적인 것도 아니다. 지아는 가수로서는 치명적인 ‘무대 공포증’ ‘카메라 공포증’이 있었다. 무대에 올라가면 굳어버린다.

“무대 위에 올라가면 카메라가 저를 째려보고 있어서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이크도
돌덩이가 되어서 너무 무거워지고, 제 스스로도 돌덩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는 사람들도 저에게 아무런 느낌을 받을 수 없을 거예요. 그래서 어느 분은 제 가슴에 자석이 있냐고도 말해요. 손이 항상 가슴에 올라가 굳어버리니까요. 그래서 최근에는 ‘특별한 음악여행’이라는 공연을 통해 무대 공포증과 카메라 공포증을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 무대에서는 한곡만 하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저에게 40분이 주어지고 그것을 채워야 하기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죠. 호응도 많이 해주시고 해서, 요즘은 한층 나아졌어요.”

지아가 무대 공포증이 있다는 것은 인터뷰 전부터 익히 들었었다. ‘사랑해 미안해’ 활동 당시 KBS 2TV ‘뮤직뱅크’에 올라가기 전 청심환을 두 개나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떨면서 노래를 했고, ‘스타골든벨’에 나가서는 말 한마디 못하고 녹화를 마쳤다. 그런데 막상 만나본 지아는 무대 공포증과 카메라 공포증이 과연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활달하고 털털했다.

“방송을 보신 부모님도 깜짝 놀라셨어요. 제가 그런 모습을 보일 줄 몰랐다면서요. 아버지는 카메라 앞에 서시는 것을 좋아하시거든요. 전국노래자랑 같은 곳에 나가시는 것을 좋아하시니까, 저도 그 끼를 받았으니 당연히 무대 공포증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 안했죠. 실제로 친구들 앞에 서면 그 끼가 나오는데 카메라 앞에서만 서면 이상하게 떨어요.”

지아의 데뷔 과정을 들어보면 더욱더 현재의 지아는 그려지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 때 한 백화점에서 개최한 노래자랑 무대에 올라가 1등을 한 후, 가요기획사 관계자의 명함을 받고,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앨범이 나오지 않아 3~4곳 정도 옮기다가 2007년에나 데뷔를 했다. 선뜻 백화점 노래자랑 무대에 올라간 아이가 이제는 공포증까지 생겼다는 이 앞뒤 안 맞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뛰어난 실력에 “불후의 명곡 등에 나갈 의향이 없냐”는 말에 “일단은 지금 진행하고 있는 공연을 통해 무대-카메라 공포증부터 극복하고요”라고 답하는 지아. 인터뷰에서 보여준 성격을 브라운관에서도 그대로 보여주며, 감동을 주는 노래를 들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커다랗게 일었다.

사진=로엔엔터테인먼트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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