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료·입학금도 모자라 전형료까지 내라… 학부모 울리는 유치원들의 ‘횡포’

수업료·입학금도 모자라 전형료까지 내라… 학부모 울리는 유치원들의 ‘횡포’

기사승인 2011-12-04 19:40:01

유치원이 대학처럼 입학 전형료를 걷는 등 각종 명목의 비용을 만들어 미취학 어린이 가정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으며 미취학 어린이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유치원의 ‘꼼수’로 어린이 가정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실정이다.

서울 화곡동에서 4세 딸을 키우는 직장여성 이모(33)씨는 4일 내년에 딸이 다닐 유치원을 등록하려다 깜짝 놀랐다. 입학금 20만원, 유치원복·체육복 10만원, 교재비 7만원, 수업료 30만원, 학습재료비 5만원, 차량운행비 3만원에 영어나 무용 등 특기반에 들 경우 10만∼15만원이 추가로 필요했다. 수업료와 차량운행비는 3개월치 선납이다. 첫 달에만 150만원, 매달 50만원 정도 든다. 강서구 동작구 관악구의 유치원 7∼8군데를 돌아봤지만 비슷했다. 유치원 입학금도 황당하지만 입학 전형료 3만원은 어이없었다. 이씨는 “유치원이 오후 3∼4시에 끝나므로 퇴근시간과 3∼4시간 공백이 있어 아이 돌봐주는 사람도 써야 하는데 최하 60만원”이라며 “육아비가 내 월급과 비슷해 직장을 그만둘지 고민이고 둘째 계획도 미뤘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만5세 공통과정을 도입하는 등 미취학 어린이를 의무교육의 범주로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현재는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사립 유치원의 경우 매월 17만7000원을 지원한다. 내년부터는 소득과 관계없이 만5세 20만원, 만4세 17만9000원, 만3세 19만7000원이 지원된다. 지원 규모는 단계적으로 인상돼 2016년에는 모든 미취학 어린이에게 매월 30만원씩이다.

그러나 미취학 어린이의 부모는 유치원이 정부 지원만큼 비용을 인상한다고 토로했다. 서울 송파동에서 5세 아들을 키우는 임모(35)씨는 “지난해에는 매월 30만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50만원이 넘었다. 딱 정부 지원금만큼 유치원비가 올랐다”고 말했다.

정부도 문제를 인정하지만 유치원비는 1980년대 자율화돼 개입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신 유치원비를 동결하는 유치원에 학급당(25명 기준) 20만원씩 지원하는 당근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원생에게 1만원씩만 걷어도 정부 지원금보다 많아 호응은 크지 않은 실정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립 유치원은 싼 공립 유치원이 늘어나는 것에 저항하고 있다. 또 정부 지원금 규모에 맞춰 유치원비를 인상한다”며 “상황이 더 악화되면 사립 유치원에 세금을 올리는 방안을 포함, 다양한 대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속보유저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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