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리버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숙적 대결을 더 뜨겁게 가열한 악수 거절 논란에서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악수를 먼저 거절한 선수는 루이스 수아레즈(25·리버풀)가 아니라 파트리스 에브라(31·맨유)라는 것이다.
에브라와 수아레즈는 11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트에서 열린 맨유와 리버풀의 2011~2012시즌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경기 시작을 앞두고 두 팀의 선발 출전 선수들끼리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며 악수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지 않았다. 악수는커녕 그냥 지나가는 수아레즈의 팔을 에브라가 붙잡고 강하게 불만을 표시한 탓에 험악한 분위기까지 연출됐다.
두 선수의 악수는 경기 전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에브라는 지난해 10월 리버풀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마친 뒤 수아레즈로부터 인종차별적 폭언을 열 차례 이상 들었다고 주장했다. 수아레즈는 “인종차별의 의미가 아니었고 문제의 발언도 한 차례였다”고 반박했지만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조사를 마친 뒤 수아레즈에게 8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4만 파운드(약 7200만원) 등 중징계를 내렸다.
수아레즈는 결백을 주장했으나 FA의 결정을 수용키로 한 리버풀의 방침에 따라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맨유와 리버풀의 이날 경기에서 두 선수의 악수가 관심을 모은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수아레즈는 에브라의 손을 무시하고 맨유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22)의 손을 잡았다. 이에 에브라가 수아레즈의 팔을 잡으며 항의했지만 수아레즈는 이를 뿌리치고 지나갔다.
여론은 수아레즈에게 십자포화를 가했다. 인종차별의 가해자인 수아레즈가 피해자인 에브라에게 사과는커녕 무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71) 감독도 “수아레즈는 리버풀의 수치”라며 비난 여론에 합류했다.
그러나 중계방송 화면의 다양한 각도를 분석한 영상이 12일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에브라가 수아레즈의 손을 먼저 피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상에서 에브라는 리버풀 선수들과 악수하다 수아레즈가 다가오자 손의 힘을 풀면서 가볍게 아래로 내렸다. 속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에브라도 수아레즈와 녹록하게 악수할 생각이 없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리버풀 팬과 일부 네티즌들은 “미세한 차이로 에브라가 먼저 악수를 거절한 셈”이라며 수아레즈의 손을 들어줬다. 수아레즈는 경기를 마친 뒤 트위터(@luis16suarez)를 통해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에브라를 겨냥했다. 수아레즈는 그러나 에브라의 항의를 무시하는 등 인종차별 논란에 자숙하지 않는 태도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 트위터@kco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