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택시기사에게 항의 이상의 수준으로 폭언과 욕설을 퍼부은 젊은 여성 승객이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네티즌들은 여성 승객에게 ‘택시막말녀’라는 별명을 붙였다.
지난 10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www.youtube.com)에는 40~50대로 추정되는 남성 개인택시 운전자가 20~30대로 추정되는 여성 승객으로부터 욕설과 폭언에 시달리는 장면을 담은 9분17초짜리 차량 내부 블랙박스(CCTV)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을 공개한 네티즌은 자신을 택시기사의 자녀라고 소개했다.
이 네티즌은 “아버지가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데 너무 화나고 어이없어 동영상을 올렸다”며 “서울에서 (운행지역이 아닌) 인천으로 가면 길을 모를 수 있는 것 아니냐. 아버지가 길을 모른다는 이유로 젊은 여성 승객으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영상 속 상황은 이렇다. 심야시간 서울에서 택시에 탑승한 여성 승객은 목적지인 경기도 부천에서 길을 헤매는 택시기사에게 불만을 품은 듯 반말을 섞어 길을 설명하더니 “우리 집 알아요?”라는 이상한 질문을 하는 등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택시기사가 다소 무뚝뚝한 말투로 “내가 아가씨 집을 어떻게 알아요?”라고 답하자 여성은 한 차례 욕설을 뱉고 폭언을 쏟아냈다.
택시기사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바라보자 여성은 “나를 보지 말고 똑바로 운전해요. 내 성격이 X같으니 보지 말고 가요. 알았죠?”라고 말했다. 택시기사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여성은 “알았냐는 물음에 답하라”며 질문을 반복했고 “병X이냐”는 물음에도 답하라며 폭언을 멈추지 않았다.
택시기사는 싸움을 피하고 싶은 듯 “아가씨가 술에 많이 취했다”며 다그쳤으나 여성의 폭언은 멈추지 않았다. 택시기사는 결국 경찰에 전화를 걸어 신고했고 여성도 전화를 꺼내 어딘가에 전화하더니 “절대 내리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상을 공개한 네티즌은 “여성이 이렇게 욕하더니 경찰서에서는 ‘택시기사가 자신을 끌고 내려 다리를 다쳤다’면서 병원으로 갔다. (아버지는) 털끝하나 건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요즘 나오는 막말녀 동영상이 타인의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당해보니 말이 안 나왔다. 영상을 본 사람은 아버지가 잘못한 게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영상은 12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퍼지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최근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은 물론, 상점과 거리에서 촬영된 CCTV와 휴대전화 카메라 영상으로 잇따라 사회적 파장을 경험한 네티즌들은 택시기사의 불친절과 부당요금 청구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항의 이상의 욕설과 폭언을 퍼부은 여성 승객의 행동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네티즌 대부분은 “영상에서 나타나지 않은 부분이 있어 택시기사의 잘못이 감춰졌다고 하더라도 이번 경우에서 여성의 행동은 상식 이하”라거나 “택시기사가 평소 운행하지 않는 지역에서 길을 헤맨 것 치고 가혹한 폭언을 들은 것 같다”며 택시기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지역 택시업계 관계자는 “택시 내부에서 승객을 촬영하는 CCTV 설치는 불법이지만 동영상 같은 시비를 가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설치하는 개인택시 운전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동영상보다 더 심각한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