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치여 숨졌는데…” 인천 유치원생 쓰레기차 사망 사건 파문 확산

“딸이 치여 숨졌는데…” 인천 유치원생 쓰레기차 사망 사건 파문 확산

기사승인 2012-03-26 10:50:00

[쿠키 사회] 아파트 보행길에서 유치원에 가던 7살 여자아이가 쓰레기 수거차에 치여 숨진 사건을 놓고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해당 구청과 수거업체 측이 모두 장례식에 나타나지 않는 등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는 고발이 이어지자 네티즌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논란은 25일 저녁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쓰레기차에 밟혀 아이가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오르면서부터 시작됐다.

글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9시쯤 인천 남동구 구월동 K아파트에서 엄마와 유치원에 등교하던 이모(7)양이 음식물쓰레기 수거차에 치여 사망했다.

글쓴이는 이양이 차도에서 무단횡단을 한 것도, 엄마 손을 놓고 뛰어간 것이 아니며 엄마의 손을 잡고 아파트 단지 안 보행로를 걷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즉 지나가는 쓰레기 수거차를 보고 엄마와 이양이 옆으로 비켜섰는데 쓰레기 수거차가 무서운 속도로 후진하면서 이양 모친의 어깨를 친 뒤 이양을 치어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눈앞에서 딸이 숨지자 이양 엄마는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입었으며 지금도 자다가 “절대 엄마 손을 놓으면 안돼”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반 실성 상태라고 글쓴이는 전했다.

사고를 낸 차량은 남동구에 위탁 계약된 업체로 원래 3인 1조가 함께 작업을 해야 하지만 사고 당시에는 단 한 명의 운전자만 탑승하고 있었다고 글쓴이는 적었다. 이 때문에 쓰레기 수거차가 평소 아파트 단지 내에서 과속으로 활보했고 사고 당일에도 급하게 수거를 마치고 철수하는 과정에서 후방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남동구는 위탁업체에게, 위탁업체는 운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글쓴이는 “이양이 사망하고 3일이 넘도록 남동구는 물론 위탁업체 관계자 단 한 명도 장례식장에 조문조차 오지 않았고 그 흔한 화환이나 위로 전화도 없었다”며 “이들은 유가족의 가슴 속에 끝없는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고 호소했다.

분노한 주민들은 지난 23일 긴급대책회의를 열었지만 구 공무원이나 위탁업체 대표 등은 일정이 바쁘다며 나타나지 않았다가 대책회의에 참석한 구의원의 전화 한 통에 공무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글쓴이는 고발했다.

글쓴이는 특히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던 수백명의 주민들을 앞에 두고 부구청장이 ‘사건을 보고 받았다. 구청에서 장례식장에 조문을 가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했지만 구 잘못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 조문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운행 규칙을 지키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 수거 업체는 아직도 버젓이 우리 아파트와 인근 아파트에서 음식물을 수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쓴이는 끝으로 숨진 이양의 영정 사진을 올리며 네티즌들이 사고 재발 방지에 힘을 보태줄 것을 호소했다.

글을 본 네티즌들은 분노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배웠다는 공무원들이 인성교육을 못 받은 모양”이라거나 “애꿎은 어린 아이가 죽었는데도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니 답답하고 화가 난다”, “외국에 살지만 이런 글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외국 사람들은 약자를 보호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는 식의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남동구측은 초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구 관계자는 “유가족이 매우 격앙된 상태여서 장례식에 가지 않고 사태가 정리된 이후에 댁으로 찾아뵈려고 했다”며 “하지만 결국 판단 미스였고 유가족이 두 번 상처를 입으셨다니 매우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공무원은 법률에 따라 일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위탁업체가 벌인 일이어서 우리 구가 직접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며 “만약 우리가 책임져야하는 일이라면 버선발로 나섰을 텐데, 우리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남동구측은 사고를 낸 청소 위탁업체에 대해서는 차후 계약해지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김상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