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정일우 “‘하이킥’ 이후 대표작 없어 조바심 컸죠”

[쿠키人터뷰] 정일우 “‘하이킥’ 이후 대표작 없어 조바심 컸죠”

기사승인 2012-03-27 10:07:01

[인터뷰] 해맑게 웃어도 왠지 슬퍼 보이는 남자. 사연 많은 눈빛으로 많은 것을 전하는 그 남자. 미소 속에 느껴지는 정일우(25)의 여유는 오히려 더 많은 긴장을 만들어낸다. 그는 웃고 있었지만, 결코 웃지 않았다.

인기리에 막을 내린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해품달’) 속 양명 역으로 살아온 몇 개월의 시간은 정일우에게 또 다른 발견과 가능성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데뷔작인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이렇다 할 대표작을 꼽기 힘들었던 참에 터닝포인트가 돼 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동안은 ‘하이킥’이 나의 대표작이었다면, 또 다른 대표작이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하이킥’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을 받았고, 새로운 발견이라는 평도 얻었어요. 평생 멈추지 않고 연기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와 자신감이 가장 큰 선물이죠.”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정일우는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얼굴에 담고 있었다. 큰 과제를 무난히 끝낸 후의 안도와 만족감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 향후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굳은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 ‘해품달’의 서브 주연, 고민은 많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훤(김수현) 보다 비교적 분량이 적은 양명 역을 맡기까지 고민은 없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정일우가 연기한 양명은 지적인 카리스마와 영특함을 지닌 양위 계승 서열 1순위의 왕자이지만 자유를 갈망하며 왕의 여인인 연우(한가인)을 짝사랑하는 인물. 김수현, 한가인과 비교했을 때 서브 주연의 느낌이 강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죠. 많은 생각을 했어요. 시놉시스를 보고 감독님의 설명을 들었을 때, 굳이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는 느낌이 왔어요. 나에게 마이너스될 부분은 없겠다 싶어 선택했습니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 영화감독이 꿈이었던 누나가 시나리오를 보는 안목이 뛰어난데 이번 드라마를 강력히 추천해줬어요.”

아쉬움도 있었다. 양명의 애달프고 안타까운 짝사랑이 드라마 중반에 다다라 마치 이훤과 연우의 사이를 방해하는 훼방꾼으로 비춰진 듯한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아쉬움을 느꼈다. 한 걸음 물러나야 전체가 보이는 것처럼, 드라마가 끝나니 깨닫게 되는 부분도 많았다.

“양명은 아픔과 슬픔이 많지만, 서자라는 신분 때문에 표현 못하고 안으로만 삭히는 친구였어요. 밝은 모습과 어두움, 슬픔이 모두 잠재돼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렵고 복잡한 캐릭터였죠. 저라면요? 드라마에서는 연우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지만 만약 저였다면 깔끔하게 포기했을 거예요. 저는 쿨한 남자니까요.(웃음)”



◇ “다시는 슬픈 캐릭터 안하겠다 했는데…”

“비극적인 역을 세 번 해봤는데, 이번처럼 힘든 적은 처음이었어요. 작년 드라마 ‘49일’을 하면서 ‘더 이상은 슬픈 캐릭터를 하지 말아야겠다’ 했는데 결국 하게 됐죠. 심적으로 힘든 연기였지만 오히려 여유를 알게 해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정일우는 지난 2006년 ‘하이킥’을 통해 혜성처럼 떠올랐지만 이후 출연작들이 그 명성을 뛰어 넘지 못해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일할 때 성격이 급해지고, 마음이 조급해지는 성향이 강했는데, ‘해품달’ 이후 많이 여유로워졌다”라며 “내가 조급해한다고 뭐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돼, 좀 더 침착하고 한 번 더 생각하려고 한다”고 했다.

요즘 정일우는 ‘남자답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연기는 물론 외모도 한층 성숙해졌다. 그는 “한 때는 쉽게 얻은 인기에 우쭐한 적도 있었지만 기분이 붕 떠봤자 좋은 게 하나도 없더라”라며 “인기는 잠시뿐이니 그 시간에 내가 더 채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는 “(김)수현이는 동물적으로 움직이는 친구”라며 “나는 꼼꼼히 사전에 준비하고 연습을 하는 스타일이라면, 수현이는 현장에서 그 때 그 때 맞게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오랜만에 또래와 촬영해서 좋은 친구를 얻었고 굉장히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이어 “(한)가인이 누나는 동생들을 많이 챙겨줘 늘 큰 힘이 됐다”며 “후배들에게 밥도 많이 사주시고 그 밥심이 든든한 원동력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 “발음에 대한 지적과 고민…치아 교정으로 보완할 것”

정일우는 이따금씩 발음에 대한 지적을 들어왔다. 종종 발음이 새는 듯한 대사 전달로 연기 평가에 늘 걸림돌이 되곤 했다. 특히 이번 사극에 출연하며 어렵고 긴 대사와 맞닥뜨려 더 이상 피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조만간 미뤄왔던 치아 교정을 할 계획이다. 그는 “발음은 연기함에 있어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라며 “아랫니로 인해 발음이 새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휴식기에 교정을 통해 보완을 하려고 한다”고 계획을 전했다.

연기 평가에 대한 모니터링도 열심히 하는 편이다. 그는 “연기는 답이 없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말을 다 들을 필요는 없지만, 지적해주시는 것은 늘 받아들이고 열심히 고쳐 나가려고 한다”라며 “매 작품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산다는 것은 행복과 축복인 것 같다.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초심을 잃지 않겠다”며 배우로서의 다짐도 잊지 않았다.

정일우는 지난 2년 간 거의 쉬지 않고 일했다. 작품 활동과 해외 프로모션 및 팬미팅을 소화하며 열심히 달려왔다. 이제는 아주 잠깐의 휴식을 가질 계획이다. 그는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보강하고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다음 작품에 임하려고 한다”며 “내가 어떤 연기를 자신 있어 하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여유가 풍겼다. “작품에 대한 생각이 열렸다”는 정일우는 이렇게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사진 이은지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