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엔딩크레딧 좀 봅시다”

“‘건축학개론’ 엔딩크레딧 좀 봅시다”

기사승인 2012-03-27 14:58:01

[쿠키 영화] 영화가 끝나고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감독, 배우, 스태프들의 이름이 올라가는 순간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영화와 직접 관계가 없는 일반 관객들의 입장에서 이 엔딩크레딧의 중요성은 떨어진다. 물론 종종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후속편을 암시하는 방법으로 관객들을 발을 붙잡는 영화도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영화들에게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건축학개론’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울려 퍼지며 사실상 영화 완성의 정점을 찍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그 ‘순간’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서연과 승민의 에피소드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들려오는 ‘기억의 습작’은 1994년 김동률과 서동욱으로 구성된 ‘전람회’ 1집에 수록된 곡으로 당시 6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를 기록하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세련된 멜로디와 절제된 가사로 90년대 중반에 10대 후반과 20대를 보낸 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했었다.

이 당시 ‘전람회’의 노래를 들으며 자랐던 이들의 현재 연령층은 30대 초중반. ‘건축학개론’이 대학 96학번이 신입생이었을 당시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억의 습작’은 이들 나이대의 관객들에게는 단순한 노래가 아닌 시대의 감수성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인 셈이다.

특히 CD플레이어나 MP3가 아닌, 영화관의 거대한 음향 시스템을 통해 듣는 엔딩크레딧의 ‘기억의 습작’은 영화와 별개로 놓고도 놓치기 아까운 아이템이다.

이런 이유로 블로그와 인터넷 게시판, 트위터 등에는 이 ‘기억의 습작’이 울려 퍼지는 엔딩크레딧 당시 상황에 대해 에피소드와 희망사항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가장 많이 보이는 글은 “영화 보면서 음악을 듣기 위해 엔딩크레딧까지 앉아있기는 처음 이었다” “''기억의 습작‘과 함께한 엔딩크레딧 후 한참을 앉아있었다” “엔딩크레딧 때 끝까지 노래를 따라 불렀다” “엔딩크레딧이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은 몰랐다” 등의 목소리를 담은 내용들이다.

물론 안타까운 상황을 전달한 내용들도 종종 보였다. ‘기억의 습작’과 함께 엔딩크레딧이 울리는데, 기존 습관대로 그냥 일어나 나가는 안타까운 다른 관객들의 모습을 전하는 이들부터, 극장 직원들이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출입문을 여는 바람에 감상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글까지 올라온다.

심지어는 일부 극장에서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중간에 아예 상영 자체를 중단해 아쉬움이 남아 끝까지 엔딩크레딧을 볼 수 있는 극장에 대한 문의까지 올라오고 있다.

‘건축학개론’은 관객동원 등 수치상으로 보여주는 흥행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엔딩크래딧에 대한 평가 역시 한국영화사에 또하나의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가인, 엄태웅, 이제훈, 수지, 조정석이 출연한 ‘건축학개론’은 개봉 첫 주에 전국 71만 6992명(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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