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인데 마구 발길질, 서포터스야 조폭이야” 축구 폭행 파문 확산

“여자인데 마구 발길질, 서포터스야 조폭이야” 축구 폭행 파문 확산

기사승인 2012-03-30 13:58:00

[쿠키 스포츠] “여자인데 넘어뜨리고 발길질을 했어요. 억울하고, 수치스러워 잠이 오지 않아요.”

지난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천-대전 프로축구단 서포터스간의 집단 폭력사태의 파장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대전 시티즌을 응원하는 여성 서포터스가 인천의 남성 축구팬으로부터 별다른 이유 없이 폭행을 당했다며 증거 사진과 함께 고발글을 인터넷에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아이디 ‘k리그사랑’은 30일 새벽 축구커뮤니티 ‘아이러브사커’에 ‘지금 패닉상태입니다. 인천폭행 관련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여성이라고 밝힌 이 네티즌은 “축구가 좋아서, 대전 시티즌이 좋아서 경기 보러 갔고 선수들이 경기에 져서 고개를 푹 숙이고 서포터스석으로 오기에 용기 내라고 박수쳐 준 죄밖에 없다”며 “두루미(인천 마스코트)를 폭행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왜 맞아야 하고, 왜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폭행 사태는 인천의 마스코트 ‘유티’가 경기 직후 대전 서포터스 2명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시작됐다. 흥분한 인천 서포터스들이 원정 응원석으로 몰려가 대전 서포터스들을 때리고 대형 걸개를 찢어 물의를 빚었다.

글쓴이에 따르면 당시 인천의 한 남성 서포터는 글쓴이를 넘어뜨리고 마구 발길질을 했다. 친구가 가까스로 말려 일어섰지만 인천 서포터는 글쓴이가 여자라는 것을 알고도 주먹을 다시 휘둘러 글쓴이의 이마 등을 쳤다. 글쓴이는 “(폭행이 얼마나 심했던지) 인천 팬들이나 경찰이 문제의 서포터를 뜯어 말렸을 정도”라며 “날 폭행한 서포터는 이후 인천 구호를 외치고 응원가를 불렀다”고 적었다.

글쓴이는 심각한 폭행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남자만 봐도 그날의 악몽이 떠오른다”며 “성격상 억울한 일을 당하면 잠을 못 자는데 그렇게 폭력을 당한 게 처음이라 패닉 상태”라고 설명했다.

글쓴이는 이어 자신의 몸 곳곳에 난 멍 자국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며 “병원에서 누구한테 맞았느냐, 가정폭력을 당했느냐는 질문까지 받아야 했다”며 “너무 무서워 지난 토요일부터 지금까지 병원에 다녀온 것 외에는 나서지 못했다. 병원에서 3주 진단을 받았지만 머리가 어지럽고 남자에게 맞은 게 처음이라 정신과 좀 다녀야할 것 같다”고 적었다.

사진을 보면 오른손 등 부위가 벌겋게 부풀어 올랐고 양쪽 무릎과 오른쪽 다리 허벅지 아래 부분 등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다.

그는 끝으로 “날 때린 사람의 얼굴을 잘 알고 있다”며 “마음을 추스르고 나서 고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쓴이의 글은 다른 커뮤니티에도 퍼지면서 축구장 폭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축구팬들은 “가만히 있는 여성 축구팬까지 폭행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거나 “여성을 때리다니 서포터스냐 조폭이냐.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깝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29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홈팀 인천에게는 제 3지역에서 한 차례 홈 경기를 치르도록 했으며, 원정팀 대전에는 제재금 1000만원과 이후 두 번의 홈경기에서 서포터스석을 폐쇄하라는 징계를 내렸다. 상벌위는 인천 마스코트를 폭행한 가해자 2명에 대해서는 무기한 경기장 출입금지를 구단에 권고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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