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영화 ‘서편제’ 이후 약 20년 만에 국악을 소재로 한 음악 영화가 탄생했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합창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두레소리’(감독 조정래)가 그 주인공이다.
‘두레소리’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의 동아리 이름이자 공동체를 뜻하는 순우리말 ‘두레’에서 따온 ‘함께하는 소리’를 의미한다. 영화는 국악을 전공하는 예술 고등학교 학생들의 대학 입시를 소재로 미래에 대한 청소년들의 불안과 고민을 현실적으로 담아낸다.
예술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단짝 슬기와 아름이는 출석 점수를 위해 관심도 없는 합창부에 들어간다. 합창부는 학교에 새로 부임한 서양 음악 전공의 함 선생이 맡게 되는데 억지로 끌려온 학생들은 수업에 무성의하고 국악이 낯선 함 선생은 아이들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힘겨웠던 이들의 수업은 ‘합창’을 통해 서서히 하나로 모아지고, 급기야 입시에 매진하라는 교사와 학부모의 반대에도 이들 스스로 동아리를 꾸려 활동한다.
영화는 두레소리 창단 실화를 바탕으로 실제 두레소리 2, 3, 4기 후배들이 직접 연기해 사실감을 더한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카메라나 편집도 다소 거칠어 페이크 다큐로 만들었어도 좋았을 법하다.
‘두레소리’는 대학진학을 앞둔 청소년들의 꿈과 고민 등을 ‘국악’을 통해 풀어낸다. 실제 고등학생들이 사용하는 단어와 말투 등을 고스란히 녹여내 쏠쏠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또 순수하고 발랄한 여고생들의 우정과 갈등을 통해 과거를 회상케 하고, 갈등과 혼란 속에서도 음악을 통해 하나씩 극복해가는 이들의 모습은 묘한 희열을 느끼게 한다. 이에 더해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합창반 활동을 하며 스스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현재 우리의 교육 현실에 대해 반성케 한다.
불안하지만 희망을 머금은 예고 학생들의 성장기기는 국악과 함께 버무려지며 감동을 배가시킨다. 특히 모든 갈등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무대에 올라 소리로 하나 되는 이들의 모습은 코끝을 찡하게 한다.
국악이라는 생소한 소재와 큰 갈등 없이 진행되는 스토리는 관객의 구미를 당기지 않을 수 있지만, 영화표 값 이상의 감동을 담아갈 수 있는 착한 영화다.
‘두레소리’는 ‘꿈꾸지 않으면’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2011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SIYFF)에서 최고 작품상에 해당하는 SIYFF 시선상을 수상했다. 이후 ‘마당을 나온 암탉’ ‘건축학 개론’ 등을 제작한 명필름이 투자와 배급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다. 개봉은 오는 5월 10일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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