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년 만에 새 앨범 ‘슬립 어웨이’(SLIP AWAY)를 발매한 넬(Nell, 김종완(보컬), 이재경(기타리스트), 이정훈(베이스), 정재원(드럼)).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들이 가진 감성은 여전했다. 슬픔과 따뜻함 등을 대변하는 넬의 음악은 소모성 가득한 요즘 음악을 듣던 이들의 가슴을 느낄 기회를 주기에 충분했다.
음악은 만드는 사람의 감성이 고스란히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매개체라는 측면에서 보면 넬의 음악에서 풍기는 감성이 왜 슬픔과 따뜻함을 포함했는지 알 듯 싶었다. 이번 앨범 타이틀곡 ‘그리고, 남겨진 것들’은 눈물 한 방울에서 시작됐다.
“이 곡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 내가 우는 성격이 아닌데, 어느 날 친구와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가 눈물이 났다. 슬픈 이야기도 아니었다. ‘내가 왜 이러지?’라는 생각을 했고, 곡을 쓰게 됐다. 나에게는 새로운 기분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했다. 바로 곡과 가사를 동시에 썼다. 곡을 쓰면서 내가 어떤 상태인지도 깨닫게 된 것 같다. 곡과 가사가 같이 나오는 것이 드문데, 그때는 그랬다.”(김종완)
4년 만의 앨범. 아무리 베테랑 그룹이라고 할지라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본래 자신들의 색깔을 유지하되, 또다른 변화를 꾀해야 하는 이중성을 대중들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앨범에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선곡이다. 작업했던 곡이 많았지만, 정규앨범이니까 각각 개성은 있되, 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앨범으로서 통일성, 편곡에 대해 신중을 기했다. 또 한곡 한곡 듣지만, 앨범 전체가 한 음악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구성을 했다.”
이런 신중함은 4년의 시간동안 팬들을 기다리게 했다. 이들은 팬들에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넬의 팬들은 이를 당연시했다. ‘넬의 앨범이 발표된다’는 소문이 돈다면, 결국 소문 이후 몇 개월 후에나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음악 작업이 그렇다. 마음은 빨리 내고 싶고 공연도 하고 싶은데, 스튜디오에 들어가는 것도, 나가는 것도 무섭다. 스튜디오에서 나가는 순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나중에 재편곡을 할 수는 있겠지만, CD로 만들어지면 이미 우리 손을 떠나는 것이다. 또 음악을 들을 때마다 과정을 떠올리고, 매달리다 보니까 늦어진다. 그러다보니 1월에 앨범이 끝나고 나온다면, 그보다 3~4개월이 더 걸린 것 같다.”
한편으로는 색깔을 유지하고자하는 부담감도 적잖이 존재할 것 같았다. 감성적인 넬의 음악은 몽환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듣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어떤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어떻게 듣느냐는 다른 문제다. 우리의 변해가는 모습도 넬이다. ‘넬이니까 이래야만 해’는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스스로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것이고, 그 모습이 바로 넬이다. 그리고 이런 부담보다는 넬이 5년 뒤에 들어도 만족할만한 음악을 만들어야 된다는 고민이 더 크다.”
넬은 98년 결성된 지금까지 무려 15년 동안 4명이 늘 함께 했었다. 밴드로서는 흔치않게 멤버가 추가되거나 빠지는 등 변동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80년생 동갑내기이기에 끈끈한 우정도 있었겠지만, 음악을 가운데 두고 모인 이들이기에 다른 계산이 있을 수 없었다.
“멤버 변동이 없던 이유는 서로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이야기하거나, 다음날 술 마시며 푸는 등 쌓인 감정이 없어서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이 잘 맞는 것 같. 4명이 음악 하는 것이 좋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시너지가 많이 생긴다.”
넬이 음악을 하던 시기에 밴드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은 크지 않았다. 혹자는 기타나 메고 다니는 백수쯤으로 여겨지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새 이들이 고참급 밴드가 된 지금, 밴드에 대한 시선은 너무나 많이 달라졌다. 후배 밴드들도 많아졌고, 방송에서는 밴드 서바이벌까지 열린다.
“사실 아직까지도 자생하는 밴드가 많다. 팀은 많지만 방송이나 노출이 되지 않은 것 같다. 만들어지든, 자발적이든 음악은 다양할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밴드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오디션에 대해서는 99년도에 이랬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도 잠깐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아진 것도 사람들이 이런 것을 좋아하고 필요로 하니까 생기는 것 같다. 그런 변화들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기회를 통해 재능 있는 친구들이 발굴되면 의미가 있는 일이다. 물론 소모적인 경쟁으로만 보면 슬픈 일이겠지만, 이를 통해 알려진 친구들이 계속해서 좋은 음악을 만든다면 나쁜지 않은 것 같다.”
한참을 기다려야 나오는 넬의 앨범. 이번 신규 앨범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음 앨범 이야기를 꺼냈다. 결성 20주년도 이제 5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40살 되기 전에는 앨범을 낼 것이다. 결성 20주년 겸해서?.(웃음) 음악을 4명이서 계속 하고 싶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어렸을 때 하던 음악을 초심을 잃지 않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음악을 할 때 우리가 즐거워야 한다. 그래서인지 이것이 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20주년, 30주년 상관없다. 꿈꿔오던 것을 이뤄 가고 있는 것 자체가 좋다.”
사진=울림 엔터테인먼트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