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유럽연합(EU) 위스키업체에는 한국 소비자가 확실히 봉이다. 현재 시판되는 EU산 위스키의 소비자가격은 수입가격보다 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난 데다 지난해 7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관세가 내렸음에도 위스키 판매가격은 오히려 전보다 올라갔다. 같은 위스키라도 외국보다 약 40% 가까이 가격이 높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FTA 관련 품목 가격정보제공 시리즈 일환으로 녹색소비자연대를 통해 EU산 수입 위스키 74종의 수입·판매점별 가격, 외국 판매가격, FTA 전후 가격 동향 등을 조사한 결과 수입 위스키 소비자가격은 수입가격의 5.1배에 달한다고 10일 밝혔다.
수입업체는 스카치위스키 15종을 100㎖당 평균 2664원에 들여와 유통업체에 8376원을 받고 넘긴다. 유통업체는 소비자에게 1만3501원에 판매한다. 소비자가격에서 수입가격을 뺀 수입업체와 유통업체의 유통수입이 1만837원이나 된다.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사무국장은 “EU산 위스키의 소비자가격이 수입가격의 5배를 넘는 것은 각종 세금이 수입가격에 이미 반영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수입업체 대부분이 외국 제조사의 국내 지사로 제품유통에 독점력을 갖고 있고 유통단계에서 가격을 높게 책정해 이윤을 많이 얻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FTA 발효 전인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 EU산 스카치위스키 28종의 소비자가격은 100㎖당 4만1103원에서 4만1200원으로 오히려 0.23% 상승했다. 유럽 현지의 위스키 원액 가격 인상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제품별로는 FTA 발효 전에 비해 조니워커 골드(4.61%), 윈저 12년(4%), J&B JET 12년(2.98%), 킹덤 위스키(2.19%) 등 6개 제품의 소비자가격 상승률이 같은 기간 수입가격 평균 상승률(1.41%)을 웃돌았다. 발렌타인 17년(-9.65%)·12년(-8.07%), 임페리얼 12년(-6.19%) 등 4개 제품은 가격이 내렸다.
우리나라와 영국, 미국, 일본 등 2개국 이상에서 판매되는 위스키 18개 제품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국내 가격(1만5141원)을 100으로 볼 때 영국 68.59, 미국 73.19, 일본 78.75로 우리나라가 평균 36% 높았다.
녹색소비자연대는 정부에 유통구조 단순화를 통한 유통비용절감, 수입원가 공개를 위한 관련법 개정을 요청했다. 이번 조사결과는 스마트컨슈머(smartconsumer.go.kr)에 공개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