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서포터스가 폭발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의 성지(聖地) 전주월드컵경기장이 방송사와 지방자치단체의 공연 강행으로 훼손되자 서포터스는 “축구팬을 무시한 처사”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자신을 전북 팬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KBS 2TV 생방송 음악프로그램 ‘뮤직뱅크’를 공연한 지난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의 그라운드 상태 등 현장 사진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고발했다. 무대 설치로 훼손된 그라운드와 쓰레기장으로 돌변한 경기장에 대한 울분이었다.
실제로 이 네티즌이 공개한 사진에서 잔디는 무대시설로 죽거나 쓰러지고 그라운드는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깔판 탓에 오히려 구멍이 뚫리는 등 크게 훼손된 모습이었다. 경기장 내부와 주변은 일부 관중들이 버린 쓰레기로 더렵혀졌다. 이번 공연에는 3만5000명(전북도 추산)의 인파가 몰렸다. 무대 설치가 일주일가량 진행된 탓에 시설에 깔리거나 장시간 햇빛을 받지 못한 일부 잔디는 심각한 수준으로 훼손됐다.
이 네티즌은 “전북 팬들이 우려한 일이 결국 벌어졌다. 뮤직뱅크 공연으로 잔디는 수천 명에게 밟히고 경기장은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너무 속상하고 화난다”면서 “여기는 선수들이 열심히 뛰고 축구팬들이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경기장이다. 가수에게 무대가 중요한 만큼 선수에게도 그라운드가 중요하다”고 토로했다.
전북은 2011년 프로축구 챔피언이다. 같은 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아쉽게 준우승했으나 현 세대 아시아 클럽축구 최강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광저우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영국 유로스포츠에서 중계할 정도로 전북의 입지는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 전북의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이 홀대를 받자 곧바로 불만이 터져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전북 서포터스 등 우리나라 축구팬들은 “국가대표팀 경기 때만 축구팬이 되는 정서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거나 “아무리 K팝 공연이 중요해도 이럴 정도인지 모르겠다. 이건 축구팬을 무시한 처사로 볼 수밖에 없다”며 격노했다.
이번 ‘뮤직뱅크’ 방송은 전북도가 유치한 행사였다. 도 관계자는 12일 전화통화에서 “전주대 등 다른 장소에서 공연하는 방안도 논의했으나 관중수용 가능 규모와 이에 따른 인명 사고 및 교통 혼잡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 전주월드컵경기장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인명 사고를 반드시 피해야 했다”며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르고 구단과 팬의 불만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11일 그라운드 복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북 구단 관계자는 “그라운드의 진짜 문제는 1~2개월 뒤 나타난다. 무대시설과 인파에 깔려 약해진 잔디가 오는 7~8월 병충해 피해를 입거나 고사할 수 있다”며 “2008년에도 유명 가수 콘서트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려 구단은 2년 지난 2010년까지 잔디 부작용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 트위터@kco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