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아나운서 황정민이 진행하는 KBS 라디오 ‘FM대행진’이 5000회를 맞았다. 지난 2008년 10월, ‘FM대행진’ 진행 10주년을 맞았던 황정민은 올해 14년째 장수 DJ로 자리 잡은 셈이다.
매일 아침 7시 활기찬 하루의 시작을 알리던 이 방송은 청취자들이 황 아나운서를 ‘황족장’이라고 부를 만큼 많은 마니아 층을 형성하며 사랑을 받아온 프로다. 황 아나운서는 10년 전 이숙영, 최은경 아나운서의 뒤를 이을 진행자를 뽑는 오디션에서 많은 인기 연예인들을 당당히 제치고 FM대행진의 주인된 바 있다.
황 아나운서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하모니홀에서 열린 ‘황정민의 FM대행진’ 5000회 기자간담회에서 기억에 남는 일을 묻는 말에 워킹맘의 비애를 먼저 털어놓았다.
출산 3개월 만에 라디오에 복귀하는 등 열성을 보였던 그는
“라디오를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설 때 아이가 많이 울었다. 이렇게 계속 방송을 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에 오늘 마지막 방송을 하게 되면 어떤 말을 할까, 하는 생각을 매일 했다”라며 “어느새 아이가 많이 컸는데, 엄마 없는 아침을 맞게 해 많이 미안하다. 열심히 일하는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황 아나운서의 인기는 톡톡 튀는 언변과 식상하지 않은 멘트 덕분이다. 아나운서의 전형을 깬 사람으로 불릴 정도다. 리포터 김생민은 과거 황 아나운서에 대해 “가령 청취자가 ‘술, 담배 끊고 노래방도 좀 그만 다니려구요’라는 사연을 보내면 보통 DJ들은 ‘네, 꼭 성공해서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는 식의 코멘트를 많이 하는데 비해 황정민은 ‘속세를 떠나시려구요?’하는 대답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998년 10월 가을개편부터 ‘FM대행진’의 마이크를 잡은 황정민은 출산 등의 사정을 제외하고는 매일 아침 7시면 어김없이 FM대행진으로 청취자의 아침을 열었다. 5000회를 기념해 ‘FM대행진’은 두 가지 특집을 준비했다.
5000회인 19일 방송에서는 배우 안재욱이 일일DJ로 황정민과 호흡을 맞췄다. 사소한 오해로 서먹서먹한 관계였던 두 사람은 2년 전 ‘FM대행진’ 공개방송을 계기로 ‘절친’이 됐고, 이후 황 아나운서의 부탁이면 안재욱은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를 찾았다는 후문이다.
20일에는 ‘5000회 특집 청취자 번개와 공개방송-우리 지금 만나’가 준비돼 있다. 청취자들에게 ‘황족장’(황정민의 FM대행진을 듣는 청취자들인 황족의 우두머리)으로 불리는 황 아나운서는 청취자와 직접 만나는 번개에 큰 의미를 두었다.
황 아나운서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사고를 많이 냈지만,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이었다”라며 “실수를 통해 자기만의 색깔과 방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청취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일상이라고 생각하고 진행하다보니 어느 새 5000회가 됐다. 장담은 못하겠지만 10000회까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목소리가 가장 늦게 늙는다고 하는데, 모든 것이 빨리 바뀌는 이 시대에 오래 전 자주 가던 팥빙수집이나 카페 같은 느낌으로 청취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김인규 KBS 사장이 특별 격려금을 전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