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축구장 보셨나요? 구장 가운데 ‘배불뚝이’

이런 축구장 보셨나요? 구장 가운데 ‘배불뚝이’

기사승인 2012-06-25 20:42:01

[쿠키 스포츠] “상대편 골대 밑부분이 안 보이는 이런 축구장은 처음 봤어요.”(한 중학생 축구선수)

하프라인 부분 땅이 하늘로 솟아오른 모양의 전남 해남군 두륜산축구장이 감사원 감사에서 부실 판정을 받았다. 감사원은 25일 설계변경 필요성이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축구장 공사를 진행한 전남 해남군에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과 시민단체 ‘깨끗한 해남 만들기 범군민운동본부’에 따르면 인조잔디구장인 두륜산축구장은 하프라인과 골라인의 지표면 높낮이 차이가 무려 60㎝다. 하프라인 부근 땅이 볼록 솟아 있어 골대에서 상대편 골대를 바라볼 때 골키퍼의 발목 아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하프라인과 골라인의 지면 높낮이 차이에 관한 국제적 허용 규격은 19㎝이다.

축구장이 부실하게 지어진 건 해남군 공무원의 업무 방기 때문이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공사 감독 업무를 맡은 공무원은 2010년 1월 두륜산축구장의 설계상 지면 높낮이 차이가 115㎝인 것을 발견했다. 그는 자의적으로 그 차이를 60㎝로 줄이라고 건설사에 지시하고는 이를 군수에 보고하거나 설계를 변경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지반침하 방지와 선수 보호 등을 위해 인조 잔디 밑에 깔려야 할 특수자재도 쓰이지 않았다. 해당 공무원은 같은 해 2월 춘계 한국중등축구연맹전 개최를 앞두고 경기장을 준공 전 임시로 사용해야 하는 시급한 사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회가 끝나고도 지면 높낮이 차이는 개선되지 않았고, 경기장은 2010년 7월 준공돼 현재까지 조기축구단 등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 지금도 하프라인 쪽으로 공을 차면 가속이 붙지 않는다고 지역 주민들은 말한다. 경기장 건설에는 최소 19억원이 들었다.

해남군은 “재시공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제 규격에 맞지 않지만 법 위반 사항이 아니므로 운영주체인 해남군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문제에 관해 국민감사 청구를 주도한 오영택 ‘깨끗한 해남 만들기 범군민운동본부’ 본부장은 “관련자 징계도 없고, 재시공 지시도 없다”며 감사 결과에 불만을 표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조현우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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