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1월 말부터 시작된 MBC 노조의 총파업은 올 상반기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를 바꿀 만큼 커다란 사건이었다. 파업으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은 당사자들이 아닌 ‘무한도전’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MBC 파업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말, 강호동의 잠정 은퇴로 솔직담백한 스타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돋보였던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가 폐지된 후 긴 침묵을 깨고 방송에 복귀한 주병진의 ‘토크콘서트’는 따뜻한 토크쇼를 표방하며 새 판짜기를 꾀했으나 시청자의 외면을 받아 일찍 막을 내려야 했다. 현재 ‘라디오스타’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다.
반면, SBS ‘런닝맨’은 초호화 캐스팅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따뜻한 이야기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가 토크쇼로서의 위용을 과시하며 승승장구 했다. 또 ‘강심장’은 강호동과 이승기의 빈자리를 신동엽과 이동욱이 지키며 또 다른 조화와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KBS의 ‘1박2일’은 김승우와 차태현, 성시경, 주원 등이 합세해 시즌2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파업으로 여러 차례 결방된 후 시청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 6개월간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예능 프로그램은 다시 한 번 되돌아보자.
◇ ‘무한도전’ 금단 현상을 아시나요
프로그램을 만드는 PD 그리고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을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라고 가정한다면, 배는 고프지만 부모의 상황을 알기에 함부로 떼를 쓰지 못하는 자식의 심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MBC 파업으로 약 5개월 간 ‘무한도전’이 결방된 것은 올해 예능 프로그램의 가장 큰 사건이자 이슈다. ‘무한도전’ 금단현상까지 나돌고 있다.
이러한 파업의 여파는 ‘우리들의 일밤’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PD들이 파업에 동참해 프로그램에 공백이 생기자, 급히 외주 제작사를 통해 새 코너를 선보였지만 2%대의 시청률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지상파 시청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수치로, 종편이나 케이블에서나 접할 수 있는 시청률이다.
결국 ‘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로 긴급 수혈이 이뤄졌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반사이익으로 ‘런닝맨’은 승승장구했다. 인기 스타들을 게스트로 섭외해 화려함을 갖췄고, 시청률 20%를 넘기며 ‘무한도전’의 부재로 가장 큰 이득을 보고 있다.
◇ 새판 짠 ‘1박2일’과 ‘강심장’ ‘나가수’…성적은?
‘1박2일’과 ‘강심장’, ‘나가수’는 큰 인기를 끌었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올해 상반기 새로운 분위기로 다시 시청자들을 찾았다는 점도 같다.
‘강심장’은 강호동과 이승기의 빈자리를 신동엽과 이동욱이 채웠다. 이들은 첫 방송에서부터 안정감 있는 호흡을 선보였고, 신동엽은 개그의 왕좌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며 이동욱은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는 쏠쏠한 재미를 선사했다.
그러나 ‘1박2일’은 화려한 라인업으로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기에는 뭔가 좀 불안해 보인다. 시즌2는 첫 방송에서 27.3%의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형만한 아우 없다’는 속담을 뛰어 넘은 듯하더니 파업으로 5주간 결방되자 현재 10% 중반까지 떨어졌다. 공백을 메울만한 눈길 끄는 요소가 필요한 시점이다.
MBC ‘나가수’ 또한 마찬가지다. 폭발적인 전 국민적 인기를 누린 ‘나가수’는 시청자들에게는 감동을 가수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선사했던 프로그램이다. 가수들이 무대에서 부른 노래는 방송 직후 인터넷 음원 사이트의 상위권을 점령했고,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실력파 가수 김범수, 김연우 등의 전성기를 이끌어냈다. 현재 시청률 5%를 기록하고 있지만 한 때 20%를 육박하는 시청률로 올리던 때도 있었다. 다소 경연 방식 등에 변화를 꾀했지만 결론적으로 식상하다는 것이 추락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 ‘개그콘서트’의 장수 비결
오랫동안 일요일 저녁을 책임지고 있는 KBS ‘개그콘서트’는 예능인들의 자존심 같은 프로그램이다. 소재의 참신함으로 트렌드를 이끌고, 매번 새로운 유행어를 양산하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랫동안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최고 시청률을 올리며 KBS 예능의 일등공신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프로그램의 인기로, 그간 불편했던 연습실을 떠나 새로운 공간을 얻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개그콘서트’는 최근 ‘애정남’과 ‘사마귀 유치원’ 등 인기 코너에 힘입어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주말 예능 최고를 기록했다. ‘개그콘서트’는 가장 넓은 연령층의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으로도 꼽혔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2012년 상반기(2012년 1월 1일~6월 24일) 시청자 성 연령별로 프로그램 전국 시청률 순위 Top5를 살펴본 결과, KBS ‘개그콘서트’가 가장 많은 성 연령 그룹(5개)에서 시청률 순위 1위를 차지했다.
◇ 한혜진, 고현정, 이동욱은 뜨는 해?
상반기 예능 프로그램에는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져 눈길을 끈다. 배우 한혜진과 고현정, 이동욱 등이 그 주인공이다. 게스트나 보조 MC가 아닌 당당히 메인 MC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연기할 때의 진지한 모습과는 달리, 재치 있고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것이 포인트다.
배우들의 예능 MC 도전은 출발부터가 화려하다. 이미 스타로서 명성을 쌓은 이후이기 때문에 화제와 주목을 받기 쉽다. 한혜진은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이경규, 김제동과 공동 진행을 맡고 있으며 고현정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SBS ‘고쇼’를, 이동욱은 SBS ‘강심장’에서 강호동, 이승기의 빈자리를 신동엽과 함께 채우고 있다.
주병진의 컴백 그리고 프로그램 폐지는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따뜻한 이야기’를 표방했지만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요소가 턱없이 부족했다. 따뜻함을 강조하지만, 흥미과 재미를 느낄 수 없다는 것에는 무조건 진행자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는 원인이 존재한다. 가장 좋은 예는 ‘힐링캠프’다. 주병진의 이름을 내세운 단독 프로그램이 아닌 여러 명이 함께 한 프로그램이었다면, 다양한 매력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지 않았을까.
강호동이 빠진 것도 모자라 현란한 입담을 펼치며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했던 김구라와 고영욱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방송에서 하차했다. 가뜩이나 내세울 인물이 많지 않은 상황인 만큼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는 모양새다. 때문에 무엇보다 예능에 있어 신선한 얼굴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통 개그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새 인물을 만날 수 있는 창구가 절실하다. ‘개그콘서트’를 필두로 SBS ‘개그투나잇’의 발전과, 파업으로 멈춰진 MBC의 예능 프로그램의 부활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