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벌써 데뷔 17년차. 지난 1995년 이적과 함께 남성듀오 패닉으로 데뷔한 김진표는 조금은 독특한 위치에 서 있는 가수다. 다양한 예능 방송 활동과 꾸준한 음반 발매로 오랫동안 쉼 없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지만 마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분방함이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데뷔부터가 그랬다. 패닉은 데뷔 초부터 큰 인기를 얻었지만, 그룹의 음악적 색깔은 주류와 비주류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 강한 개성과 독특함이 묻어났다. 김진표는 “1집 성공 때문에 주류처럼 보였지만, 그 이후 앨범은 절대 주류라고 할 수 없었다”라며 “의도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분명한 건 스타덤에 휩싸이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 달 29일, 4년 만에 정규 6집 앨범 ‘JP6’를 발표하고 타이틀곡 ‘미안해서 미안해’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진표. 대중과 가까운 듯 보이지만 쉽게 융화될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또 대중과 먼 듯 보이지만 언제나 브라운관이나 새 앨범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익숙한 대상이기도 하다.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에서는 마냥 철없는 소년 같은 개구쟁이 이미지가 가득하지만 그가 오랫동안 쌓아온 디스코그래피를 보자니 어느 덧 중후한 느낌마저 풍겨온다. “비주류는 외면 받는 것 같아 싫고, 주류는 또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김진표의 17년 간의 활동 이야기, 그리고 여섯 번째로 선보이는 그의 신곡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4년 만에 새 앨범을 냈다. 주위의 반응과 앨범 낸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정규 앨범을 내줘서 고맙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요즘에는 싱글이나 미니 앨범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규 앨범을 내면 ‘오오’ 하는 소리를 듣는 것 같다.
- 정규 5집 앨범 발매 당시, 다시는 정규 앨범을 내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그랬다. 공들이는 것에 비해 너무 빨리 빨리 흘러가기 때문이다. 지금 앨범 나온 지 3주차인데, 벌써 되게 오래된 느낌이다. 예전에는 한 달까지는 따끈따끈한 느낌이었다. 10곡이 넘는 노래가 담기지만 그에 비해 주목 받는 기간도 짧아졌고, 음원 사이트의 순위권에 들지 못하면 금세 관심이 사그러든다. 정규와 디지털 음반의 제작비는 10배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여러모로 정규를 내기 힘든 요즘이다.
- 그럼에도 다시 정규 앨범을 낸 이유가 궁금하다.
싱글이나 미니는 작업을 하는 집중도는 똑같은데, 마치 음악만 ‘툭’ 던지고 활동도 안하는 느낌이 크다. 의미 없는 작업처럼 말이다. 정규 앨범이 아니면 남지 않는, 남길 수 없는 작업이 된 느낌이다. 물론 장단점이 있다. 미니나 싱글, 앞으로도 낼 거다.
- 주위의 반응은 어떤가.
음원 차트에 안 올라가면 관심을 받기 힘들다. 이 중요성과 심각성을 음반 산업이 심각하게 생각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내가 느끼기로는 들으시는 분들도 누구의 노래인가는 중요치 않다. 음원 차트 순위에 따라 그냥 들으시기 때문이다. 내가 음반을 낸 3주 동안 새로 나온 앨범이 50개는 족히 넘을 거다. 아이러니 하다. 먹고 살기 힘들다.(웃음)
- 다양한 방송활동을 모색하는 것도 자신의 노래를 알릴 수 있는 기반이 되지 않나.
가요 프로그램은 솔직히 이제 힘들다고 본다. 내가 PD여도 아이돌 중심의 음악 프로를 했을 거다. 그나마 ‘유앤아이’와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몇 개의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한 번 앨범을 내서 두 번 출연하기 힘들다. 한번 출연하면 땡이다. 일반 가요 프로그램은 출연 안한지 10년이 됐는데, 당시에 음악을 3분이 넘지 않게 자르라고 해서 출연을 안 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노래를 자를 수 있지만(웃음) 왠지 아이돌 사이에서 생뚱맞게 느껴질 것 같다.
- 이번 앨범은 라이머와 공동 프로듀서를 했다. 대부분 본인이 했었는데, 공동 작업하게 된 계기가 있나.
지난 5집 때 결정을 내렸다. 혼자는 안되겠구나. 누군가와 함께 해야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들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작곡하는 애들도 많이 있고, 오래되다 보니 음악 분야에 발이 넓고 도움 받을 만한 부분이 크다. 라이머는 고등학교 동창이라 믿음도 있었다.
- 공동 프로듀서라 기존과는 다른 색깔이 느껴질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의도치 않은 색깔, 내 색깔이 아닌 다른 색깔이 묻어 있기도 하다.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느낌이 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전까지는 ‘덕후’스러운 느낌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그런 느낌이 빠졌다.
- 음악도 그렇고, 예전보다는 전체적으로 조금 유해진 느낌이다. ‘아들바보’라고 불릴 만큼 자녀와 함께 한 행복한 모습이 종종 비춰져 더 그런 것 같다.
사실 남들 다 하는 만큼인 것 같다. 모든 아빠들이 다 그럴 거다. 다만, 연예인이다보니 그런 면이 부각되는 거겠지. 나도 오래 애 보고 있으면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고, 와이프가 마냥 예쁘지만 수 틀리면 싸우기도 하고 그런다. 와이프가 완전 속아서 결혼했다고 한다. 내가 항상 ‘쿨’해 보였다더라.
- 이번 앨범에서 가장 의미 있는 곡 하나를 꼽는다면
(한동안 생각에 잠기다) ‘왜 그랬어’다. 온전히 100% 내 마음을 다 담은 곡이다. 의미가 있는 곡이라기 보다는 절친이던 故박용하를 생각해서 만든 곡이기 때문에 남다른 느낌이다. 추모곡은 아니지만, 용하한테 던지는 메시지 같은 거다. 그는 내가 앨범 낼 때마다 좋다고 해줬다.
- 이번 앨범에는 지나와 임창정을 비롯 체리필터의 조유진, 김형중, 제이레빗, 래퍼 바스코, 스윙스 등 장르 구분 없는 폭넓은 피처링 군단들이 대거 참여했다. 배우 연정훈 뿐 아니라 걸그룹 헬로비너스, 버벌진트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의 응원도 화제가 됐다.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이지만, 트위터에 글 올리고 한 것은 분명 우리 매니저가 앨범 홍보를 위해 부탁했을거다.(웃음)
- 음반을 내는 그 자체가 즐거워서 작업을 한다고 했는데, 이번 앨범에도 비슷한 의미에서였는지.
가끔 이번 앨범의 콘셉트를 물어보시는 경우가 있는데, 딱히 말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그냥 작업 자체가 즐겁다는 걸 깨닫게 됐달까. 애써 스스로 위로하는 걸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만드는 기간이 즐겁다. 인기는 초월하게 된다. 사실 처음에는 별의별 생각을 다한다. 마치 복권을 사서 ‘1등이 되면 뭘 사지?’하는 온갖 생각을 다하는 것처럼. 약간의 설레는 마음이 좋다.
- 1995년 이적과 패닉으로 데뷔했고, 1999년 하드록밴드 노바소닉 활동도 했다. 지금까지 솔로를 합쳐 총 13장의 음반을 냈다. 지금까지의 활동을 돌이켜보면.
음악적 흐름이 있다. 10년차 됐을 때까지는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본다. 보통 데뷔를 했을 때는 다듬어지고 데뷔를 한다. 노래나 연주가 궤도에 올랐거나 특별한 파트가 있는 상황이 보통이다. 하지만 나는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조돼 데뷔했다.(웃음) 패닉은 원래 이적의 솔로 1집이었다. 녹음이 진행되던 와중에 내가 투입된 거다.
- 그럼 당시 가수 지망생이 아니었나.
나는 당시 서울예대 지망생이어서, 입시를 위해 악기를 열심히 하던 때였다. 우연히 제작자가 같이 팀을 하자고 했고, 나는 ‘웬 떡이야’ 했지만, 이적으로서는 본인 솔로 앨범이었는데 좀 아쉬웠겠지. 그래서 한동안 열등감이 있었고 스트레스가 많았다. 데뷔하고 2005년까지는 배우는 시간이었다. 이적이 나에게는 선생님이었다.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었지만, 낼 때마다 업그레이드 됐다고 생각한다.
- E뉴스를 4년 간 진행했었고, ‘탑기어 코리아’와 ‘보이스 코리아’ 진행 등 다양한 방송 활동을 해오고 있다. 모두 한 방송사인데, 특별한 인연이 있었는지.
세 프로그램 모두 고민을 전혀 안하고 출연했다. 케이블 채널만의 자유분방함이 좋다. 특히 엠넷은 패닉으로 데뷔하던 해에 생겼는데, 그때부터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당시 PD들이 국장이 돼 있기도 하고.(웃음) 그래서 CJ 방송은 더 편하게 느껴진다.
- 꾸준히 녹화에 참여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텐데.
E뉴스를 진행할 당시에는 정말 3박4일 이상 여행을 가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한 번도 늦은 적이 없었고 펑크도 내본 적 없다. 규칙적이지 못할 것 같았는데, 막상 하니까 되더라. 그래서 ‘아 내가 회사를 다녀도 잘 다녔겠구나’ 싶었다.(웃음) 특히 큰 돈은 써버리면 남는 게 없는데, 월급처럼 꼬박꼬박 출연료가 들어오니까 진짜 직장인이 된 느낌이었다. 그래도 다른 걸 아무것도 못하니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는 있다.
- 프로 레이싱팀인 ‘쉐보레 레이싱팀’의 정식 레이서다. 월급도 받고 있는 직장인이 됐다.
취미로 즐기다가 2010년 스카웃이 됐다. 사실 계약금을 월급으로 나누어 받는 셈이다. 가장이다보니 월급 체제가 더 나은 것 같다. 용인에 캠프가 있는데 시간만 나면 내려가고 같이 직장 동료들과 밥도 먹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
- 꼭 진행하고 싶은 방송이 있다면 뭔지 궁금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피 같은 프로그램이다. 지금도 아는 관계자들과 만나게 되면 꼭 진행자로 써달라 말하곤 한다. 모험과 탐험을 좋아해 한 번쯤 다큐멘터리에 도전해보고 싶다.
- 3년 후면 데뷔 20년이 된다. 특별한 계획이 있나
엄밀히 얘기하면 패닉 20주년이지 김진표의 20년은 아니다. 패닉이 다시 뭉칠 계획이 없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한번도 그런 얘기를 해본 적은 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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