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는 일제 식민지라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지성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정신적 고뇌와 아픔을 섬세한 서정과 투명한 시심으로 노래한 시인으로, 평생 단 한권의 시집만을 사후에 출판했을뿐이지만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시인 중 하나다. 그의 대표작 ‘서시’는 국내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가혹한 시대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윤동주의 솔직하고 담백한 언어로 표현된 주옥같은 명시가 한아름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시를 담은 가무극으로 완성됐다. 윤동주의 일대기가 아닌 역사의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한 청년의 고민과 갈등을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시적인 감각으로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달을 쏘다’라는 제목은 윤동주의 작품에 ‘달’이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달은 윤동주가 시를 쓰거나 사색하는 밤에 언제나 함께 하며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동시에 조선을 강압하던 일제의 무게로 해석되기도 한다.
권호성 연출가는 1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윤동주 시인의 삶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부담감이 있었는데, 작품의 초고를 보고 ‘될 수 있겠다’ 싶었다”라며 “윤동주 시인에 대해 환타지를 구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어떻게 관객에게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을까는 내 몫”이라고 전했다.
“이 시대에 왜 윤동주라는 인물을 무대에 올려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는 한아름 작가는 “이 시대는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글을 쉽게 쓴다. 자기의 일상, 생각에 대해 편리하게 적는 시대지만, 이러한 자유는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라며 “한 줄 한 줄 시를 쓰면서 고통스러워했던 윤동주의 시대를 만나면서, 우리가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유와 행복감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무극은 드라마가 작품에 중점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옴니버스 형식으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뮤지컬과 궤도를 달리한다. 시대적 괴리감을 없애기 위해 모던함과 웅장함, 강렬함으로 배치해서 음악을 완성했고, 윤동주와의 러브스토리를 그려낼 가상 인물 이선화를 통해 재미를 더했다.
정혜진 예술감독은 “민족시인 윤동주를 주제로 한 작품을 올리게 돼 감개무량하다.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라며 “뮤지컬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춤과 노래를 중점으로 한 것이 가무극의 특징이다. 뮤지컬과 대응할 수 있고 우리 문화가 독특하게 표현될 수 있는, 브로드웨이와 견줄 만한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김현승 이사장과 정혜진 예술감독, 권호성 연출가, 노정식 안무가, 이경화 음악감독, 한아름 극본․작사가가 참석했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오는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우면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