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사극도 침범 못하는 ‘복수극’의 매력

로코·사극도 침범 못하는 ‘복수극’의 매력

기사승인 2012-07-17 07:58:00

[쿠키 연예] 복수극은 주요한 갈등 구조를 형성하며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작품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아왔다.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복수나 배신한 연인에 대한 복수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개인주의의 이기적인 사회 분위기와 권력 중심의 이해관계에 따른 부조리를 파헤치는 복수를 근간으로 한 작품들이 인기다.

올 초 KBS 드라마 ‘적도의 남자’가 큰 인기를 끌었던 복수극의 열기는 SBS 드라마 ‘추적자’가 이어받아 안방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초호화 캐스팅이 없어도 로맨틱한 러브라인이 없어도 드라마는 ‘웰메이드’라는 찬사와 함께 높은 시청률을 동반하고 있다.

복수극은 흥미로운 전개와 반전을 거듭하는 적절한 흐름이 생명이다. 2시간 여 동안 극장 의자에 앉아 스크린을 바라보며 몰입할 수 있는 환경적 요소를 지닌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약 3개월 간 꾸준히 정해진 시간에 챙겨봐야 하는 물리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수극이 시청자를 꾸준히 동요시킬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복수극은 분명한 선과 악이 존재하고, 진실과 거짓이 수없이 대립한다. 드라마는 해피엔딩 혹은 사건이 우여곡절 끝에 해결되는 흥미진진한 과정을 그려내는데, 진실이 거짓에 맞서 싸우며 결국 선이 악을 누르고 과정 속에서 시청자들은 근본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작품들이 높은 시청률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데에는 영화 못지않은 몰입과 작품의 완성도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다는 데에 있다. 특히 복수극은 탄탄한 시나리오만큼이나 탁월한 연출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토리 진행에 따른 적절한 호흡 조절과 캐릭터의 심리 묘사가 리드미컬하게 적절히 흘러가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열연은 드라마 성공에 있어 화룡정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날선 대립각은 긴장감을 더하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고도의 심리전으로 상대를 압박해가는 배우들의 물오른 연기 호흡은 몰입도를 높인다. ‘추격자’ 또한 형사 역의 손현주 그리고 그와 대립각을 이루는 대권주자 김상중의 열연이 연일 호평을 받고 있다.

국민적 지지율이 60%를 넘는 유력한 대통령후보 강동윤 역을 연기한 김상중은 절제된 표정으로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열일곱 소녀를 죽음으로 내몬 잔혹한 연기를 선보였고, 딸을 잃은 백홍석을 연기하는 손현주는 끈질기게 권력에 맞서며 진실을 외면하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이 시대의 소시민 아버지의 모습을 애절하게 그려내며 인간 감정의 슬픈 단면을 안정감 있게 표현했다. 국내최대 그룹의 총수로 정재계뿐만 아니라 법조계까지 전화한 통으로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는 서회장 역을 맡은 ‘54년차 배우’ 박근형 또한 여유로운 표정의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재조명받았다.

또한 복수극은 개인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인 분위기와도 흐름을 같이 한다. 빠른 전개와 몰입을 동반한 커다란 사건이 존재하는데, 누구나 희생당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이 사회 속에서 상대적인 약자가 강자와 대응하고 문제의 인물이 진실과 마주할 때 시청자들은 쉽게 공감하게 된다. 주인공들의 갈등을 통해 사회 부조리에 공분하고, 나아가 사건 해결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다.

‘추적자’ 또한 이러한 궤도와 함께 한다. ‘추적자’는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형사가 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며 권력에 대항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진실을 은폐하고 이득을 챙기면서도 평범한 소시민 출생임을 내세우며 국민들을 속이는 정치인 그리고 언론에 의해 왜곡되는 권력, 전관예우의 폐해 등 정치 및 법조계의 어두운 이면도 가감 없이 묘사한다.

복수극은 영화와 달리, 잔혹한 폭력 등의 장면 묘사를 배제하고 심리극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감각적 연출 또한 대중적인 힘을 이끌어가는 보편적인 장점이다. 잔인하고 자극적인 설정으로 관객에게 심리적 박탈감과 잔재적인 불쾌함을 선사할 위험 요소가 있는 영화와는 달리,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설득력 있는 전개를 선호한다. 때문에 복수극은 공감의 폭이 넓어지고, 심리적인 피폐함을 느낄 요소가 줄어든다.

또한 악역은 무조건 잔혹하거나 이유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의 형식을 갖추기보다, 자신의 성공과 욕망을 위해 끊임없이 어둠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이해를 얻고자 한다. 단순히 권선징악의 형식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인물 하나하나에 그럴 듯한 당위성이 쥐어지는 것이다.

SBS 드라마 관계자는 “드라마 속 각양각색 미스터리들이 해결되어 가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시는 것만으로도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며, 7%로 시작한 ‘추적자’의 시청률이 20%를 돌파할 수 있었던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상반기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군 복수극의 열기가 하반기에도 지속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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