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지현은 데뷔 초부터 대형 기획사에 소속돼 활동하며 철통보완을 받았다. 일약 스타덤에 오른 뒤에도 유난히 언론을 통한 노출이 적은 스타였다. 신비주의를 의도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머리를 쓸어 올리며 ‘신비주의가 뭔가요…’라며 웃었다. 의도한 것이 아니며 언론이 만들어낸 말인 것 같다고.
“배우가 언론에 노출되거나 관객을 만나는 건 영화 홍보할 때가 전부인 것 같아요. 저만 그런 게 아니고 모든 배우가 그렇죠. 하지만 제가 해외활동으로 인해 공백이 길었고 흥행작이 없어서 더욱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신비주의 전략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예나 지금이나 좋은 작품이 있으면 관객들을 언제든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자연스러워진 부분도 있다. 어릴 때는 몰라서 벽을 쌓기도 했고 대형 기획사에 소속돼 활동하면서 작품 선택에 있어서도 제한적인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로부터 독립하면서 그녀는 더욱 여유로워졌다.
“여배우로 15년 동안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배웠죠. 어릴 때처럼 행동할 수는 없으니까요. 경험치가 쌓이고 몰랐던 것을 알면서 사람들을 대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어요. 이런 경험은 연기에도 묻어나는 것 같아요. 나이 든 전지현이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그게 더 웃긴 게 아닐까요.”
“결혼하니 좋은 점이요? 정말 많은데…”
지난 4월 웨딩마치를 울린 그는 달콤한 신혼을 만끽하고 있다. 결혼하고 나니 좋은 점이 매우 많아 뭘 먼저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웃음꽃을 피웠다. 든든한 내 편이 생긴 것 같아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졌단다.
“챙겨주는 사람, 보호해주는 사람이 생긴 거잖아요.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그러다 보니 연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고마운 만큼 잘해주고 싶은데 바쁘다 보면 그러지 못할 때가 있어요. 여자로서 챙겨줘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못해줄 때 정말 미안하죠.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럴 필요 없다는 식이에요. 매우 도도하고 시크하거든요(웃음). 자기 신경 쓰지 말고 ‘너나 잘해’라는 상황이죠.”
아무리 시크한 남편이어도 아내의 키스신에는 귀여운 질투를 보였다. 데뷔 후 첫 키스신을 ‘도둑들’에서 김수현과 펼친 전지현. 각종 공식 석상에서 “연하와 키스신을 찍게 돼 영광이었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쩌겠어요. 제 일이 그런 것을(웃음). 제가 하도 좋다고 말 하고 다니니까 남편이 싫어하더라고요. 어리니까 좋아한다면서 막 꼬집기도 하고요.”
그는 결혼 후 더욱 폭넓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설레 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임수정 같은 역할도 탐난다고. 또 이제는 ‘청순미녀’ ‘첫사랑의 대명사’ 같은 아이콘 이미지보다는 배우로서 거듭나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제 나이가 더 이상 풋풋한 첫사랑을 연기할 때는 아닌 것 같아요. 나이 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그에 맞는 작품을 택할 거예요. 과거 첫사랑 이미지 같은 걸로 사랑을 받은 것에 대해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는 사람 전지현으로서의 모습으로 다가갈게요. 기대해주세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사진=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