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갑작스런 출두에 허를 찔린 검찰이 반격을 꾀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해명으로 내놓은 진술이 오히려 혐의 입증에 필요한 단서들이 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지난 31일 출석해 10시간 조사를 받고 귀가한 박 원내대표를 다음주 재소환할 것으로 1일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한 두 차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기록 검토, 참고인 조사 등에 시간이 들기 때문에 2차 소환 시기는 다음주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의 불응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사는 우리가 하는 것이고, 그분은 조사를 받는 위치”라며 재소환 강행을 시사했다.
검찰은 31일 조사 때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서 수수한 5000만원, 오문철(60·구속기소)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가 줬다는 3000만원 등 체포영장에 담긴 혐의만 집중 수사했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의 불시 출석으로 조사 준비가 미흡하자 이른바 ‘히든 카드’는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한 검찰 간부는 “박 원내대표가 체포영장 내용을 확인한 뒤 대비를 하고 나왔을 것으로 보여 이미 공개된 내용을 위주로 조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어쨌든 1차 조사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고 자평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 측에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진술에서 일부 수사의 실마리가 나왔고, 박 원내대표 진술의 허점도 발견됐다는 설명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본인은 충분히 해명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보던 그림에서 비었던 부분이 채워진 측면도 있다”며 “재소환이 필요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원내대표가 오전 1시10분쯤 귀가하며 “황당한 의혹에 대해 충분히 얘기했다. 검찰에서도 잘 이해했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힌 것과 상반된 평가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가 재소환에 응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사팀이 체포영장에 적시된 8000만원 혐의만 조사한 것에 대해서는 검찰 내부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제1야당 원내대표를 상대로 3차례나 소환 통보를 하면서 실제로는 8000만원 이외의 추가 혐의를 추궁할 만큼의 입증이 안 됐던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담긴 것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박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영장 철회를 법원에 신청했다. 법원이 체포영장 철회서를 정부를 거쳐 국회로 송부하면 지난 30일 청구했던 체포영장은 자동 폐기된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를 어제 조사했기 때문에 48시간 체포 상태에서 긴급하게 조사할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