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Style] 당신의 특별한 순간을 위하여, 지니 킴의 페르쉐

[Ki-Z Style] 당신의 특별한 순간을 위하여, 지니 킴의 페르쉐

기사승인 2012-08-08 20:55:01

[인터뷰] 지니 킴이라는 이름이 주는 인상은 아주 다채롭다. 소녀같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우아하고, 숙녀처럼 새치름하면서도 귀엽다.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씩은 들어보고, 눈여겨봤을 그녀의 슈즈들은 딱 그런 이미지다. 메인 브랜드인 지니 킴에서부터 새로 론칭한 순간부터 슈즈 마니아들의 이목을 모으고 있는 페르쉐까지, 강가의 조약돌처럼 널려있는 그저 그런 슈즈들 사이에서 주목할 수밖에 없는 매력. 그 매력적인 슈즈들을 디자인한 지니 킴 본인은 어떨까, 정말로 궁금했다.

뜨거운 여름의 한가운데, 가로수 길을 걸어오는 사람들 한가운데서도 한눈에 확 들어오는 그녀, 지니 킴(본명 김효진)을 만났다.

★ 패션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던 아이, 신발을 만나고 운명을 느꼈다

“전 제가 패션에 도저히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대학 시절, 잘 하는 아이들의 뒤에서 ‘와, 잘 한다’ 하고 손가락만 빨고 있는 아이들. 제가 그런 부류였지요.”

시원한 눈을 가진 김효진 대표의 말은 아이러니했다. 지금 한국 슈즈 패션업계의 가장 큰 이름 중 하나인 그녀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커다란 재능이나 눈에 띄는 재주 같은 건 없었다던 김효진 대표. 그녀는 아주 평범하게 성균관대 의상학과를 졸업해 패션 비즈니스 쪽으로 진로를 잡았다. 국내 최고의 패션지, 패션 홍보대행사 등의 직장을 전전했다. 그러나 그 일들은 전부 그녀가 평생을 걸 만한 일은 아니었다. 결국 그렇게 가닥을 잡지 못한 채 미국 패션 스쿨 FIT에 진학해 패션 머천다이징을 공부했다. 목적의식 없는 공부는 당연히 지루했다. 재미도 없었다.

‘미국까지 갔는데’ 라는 생각에 짓눌리던 그 때, 김 대표는 같이 살던 룸메이트가 배우는 슈즈 디자인에 눈을 돌렸다. 매일 신발을 디자인해서 가지고 와 자랑을 하는 룸메이트가 부럽고 재미있어 보이던 그녀는 슈즈 수업을 듣게 됐다. 아주 사소한 계기였지만, 그녀가 자기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게 해 준 일이기도 했다. 4시간 내내 퉁퉁 부은 다리로 서서 수업을 들었지만 그녀는 처음으로 수업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학교에 가고 싶어 전날 잠이 안 올 정도로.

평생의 일을 찾은 그녀의 선택은 빨랐다. 미국에는 이렇다 할 슈즈 공장도, 슈즈 브랜드도 없었다. 배울 것이 더 이상 없는 미국에서 돌아온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성수동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일명 ‘선생님들’이라고 불리는 성수동 구두 공장의 수제화 장인들에게 커피를 타 드리며 월 80만원을 받으면서도, 김 대표는 행복했다. 엄마가 좋은 직장에 다니는 친구 딸과 비교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리고 그 행복감과 충실감은 금세 그녀에게 커다란 결과로 돌아왔다. 2006년도 위즈위드를 통해 론칭한 ‘지니 킴’은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김효진 대표를 찾는 사람은 점점 많아졌다. 론칭 후, 신발 주문이 물 밀 듯 밀려왔다. 혼자 시작한 사업이라 혼자 모든 주문과 작업량, 일을 소화해야 했다. 샘플 공장을 찾는 것까지 온전히 김 대표 혼자만이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구두를 신고 길을 가는 사람들을 보면 힘이 났다. 밤을 새서 일해도 정말로 행복하다 느꼈다. 패션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며 다른 걸 찾아 헤매던 때와는 사뭇 달랐다. 낮에는 공장으로 뛰어다니고, 밤에는 슈즈 디자인을 위해 공부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지만, 그 분주함이 오히려 충만함으로 다가왔다.



★ 모든 여자들이 특별해지기 위해

그렇게 그녀는 패션 슈즈 CEO로,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오히려 시작점이 됐다. ‘지니 킴’이라는 이름뿐 아니라 다른 이름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페르쉐’는 그런 그녀에게 또다른 발판이 됐다.

“사람은 정말, 생각하는 대로 이룰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하나의 도전 성공에 만족할 게 아니라 다른 도전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태까지 ‘지니 킴’이 예쁘고 특별한 슈즈란 콘셉트에 치중했다면, 페르쉐는 좀 다른 느낌이었어요. 정말 저렴하면서도 예쁜 슈즈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매일 신는 구두보다는 가장 특별한 순간에 신고 싶은 구두가 콘셉트였던 ‘지니 킴’과는 달리 ‘페르쉐’는 마음가짐부터가 다른 브랜드다. ‘가장 특별한 순간의 여자’를 위하던 김효진 대표는 이제 ‘모든 여자’들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슈즈로 지향점을 돌린 것이다.

예쁜 구두를 신고 싶지만 돈이 부족해 평범한 구두를 신고 다니는 사람들이 안타까웠다. 저가이지만 저가처럼 보이지 않는, 모든 사람들을 할리우드 스타처럼 만들어 줄 수 있는 슈즈를 만들기 위해 김효진 대표는 페르쉐를 론칭했다. 모델은 할리우드의 톱스타 미란다 커를 기용했다. 저렴한 브랜드지만, 저렴하다는 이미지를 깨기 위해서다.

“‘지니 킴’이 일생일대의 이벤트를 위한 단 하나의 특별한 슈즈라면, 페르쉐는 트렌디하고 유행을 선도하는 빠른 슈즈예요. 구두계의 SPA 브랜드를 모토로 만들었습니다.”

김 대표의 마음이 통한 덕일까, 페르쉐는 론칭 직후 슈즈 쇼핑몰 1순위를 차지, 쭉 유지해오고 있다. 김 대표가 이루어낸 또다른 쾌거다.

“앞으로는 구두만 만들기 보다는, 젊고 알려지지 않은 디자이너들을 알릴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싶어요. 예전의 제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거든요. 그 때 아무것도 모르던 저를 도와줄 수 있는 멘토같은 사람이 한 사람쯤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거기에 그치지 않고 김효진 대표는 또 다른 채널을 만들었다. 바로 페르쉐 프렌즈. 재능 있고 젊은 신진 디자이너들이 페르쉐라는 이름 아래에서 자신의 센스를 맘껏 뽐낼 수 있는 곳이다. 페르쉐 프렌즈라는 판매와 홍보가 자유롭고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채널에서, 자신의 센스를 맘껏 펼치는 것. 한 마디로 ‘잘 노는’ 사람들에게 ‘마음껏 놀아보라’며 놀 수 있는 자리를 깔아준 셈.

“페르쉐도 매출의 1%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어요. 페르쉐 프렌즈는 제가 가지고 있는 채널을 공유하는, 재능기부의 차원인 셈이죠. 저 자신 혼자 잘 되는 것은 바라지 않아요. 저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두가 함께 아름다워지는 것이거든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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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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