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결혼3년 차에 접어든 회사원 임 모씨(30)는 최근 아내와 심하게 부부싸움을 했다. 임신 8주 진단을 받고 초기에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킬힐(kill heel)’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만삭의 연예인들은 물론 요즘 신세대 임산부들은 패션도 중요하다며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태아와 임부 모두에게 이로울 것 없는 킬힐을 고집하는 철없는 아내 때문에 임씨는 속이 새카맣게 타 들어간다.
◇예비엄마들 ‘마터너티룩’의 독 ‘킬힐’에 빠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의 아내 콜린 루니, 세계적인 팝가수 비욘세,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 빅토리아 베컴 등 해외 스타는 물론 장고커플의 주인공 고소영도 임신 5개월에 킬힐을 신고 영화 시사회장에 나타나 플래시 세례를 받은 바 있다. 얼마 전 종영된 MBC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에서는 극 중 슈어홀릭에 빠진 주인공 황지안(김선아)이 임신사실을 알고서도 킬힐을 고집하다가 주치의에게 낮은 신발을 신으라는 강력한 권유를 받는 장면이 방송을 타기도 했다.
이렇듯 예비엄마들이 멋과 스타일을 고집하느라 자신과 태아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 새롭게 떠오른 ‘마터너티룩(maternitylook)’ 열풍으로 만삭이 되도록 킬힐을 신는 20~30대 임산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임신을 하게 되면 예전의 스타일을 버리고 펑퍼짐하고 편한 옷차림으로 바꾸는 건 옛말이 됐다.
여성들에게 영원한 워너비인 킬힐은 평균 굽이 10㎝ 이상이다. 킬힐을 신으면 중심을 잡기 위해 허리를 곧추세우게 되고 이로 인해 체형이 예뻐 보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킬힐을 신을 경우 허리는 물론 무릎 관절에 무리를 주게 된다. 우리 무릎 관절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체중의 2배에 달하는 하중에 시달리게 되는데 킬힐은 높은 굽이 몸을 지탱하고 있어 다리와 발목, 허리에 더 큰 부담이 가해진다.
◇임산부 체중 10~15kg 증가… 킬힐, 관절과 척추 부담
여성들이 임신을 하면 체중이 10~15kg 이상 증가하며 호르몬 분비로 인해 관절이 약해져 비교적 약한 충격에도 쉽게 손상을 입거나 통증이 생긴다. 배가 불러올수록 몸을 지탱하기 위해 과도하게 허리를 뒤로 젖히는데 이때 과도하게 요추가 앞으로 나온 요추 전만의 상태가 된다. 임산부들이 흔하게 허리나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것도 이러한 원인이다.
김윤수 부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임신은 인대의 이완을 증가시키고 급격한 체중증가로 발의 전체 부하지점이 발가락 쪽으로 이동, 임신 전에 비해 허리, 발목, 무릎에 부담이 커진다”며 “보행 시 발이 받는 충격을 적절하게 흡수하지 못하면 허리통증과 족저근막염이 쉽게 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신체의 변화가 심한 임산부들이 굽이 높은 구두를 신었을 때 가장 염려되는 것이 바로 자세불안정과 균형감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낮은 굽의 신발을 신었을 때보다 척추와 골반에 부담이 더해지고, 특히 자세가 불안정해져 임산부들의 건강뿐 아니라 태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자세가 불안정하고 균형 감각이 떨어지면 임산부가 잠깐의 부주의나 ‘삐끗’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자칫 낙상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함박 부천성모병원 산부인과 이함박 교수는 “임산부들은 자궁이 커지면서 골반과 다리의 혈관을 압박하게 돼 평소보다 발과 발목이 더 많이 붓는다”며 “여기에 굽이 높은 신발을 자주 신으면 발 상태를 악화시키거나 염증과 자극을 증가시키고, 임부와 태아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임산부 킬힐·로퍼 No! 쿠션 있는 편안한 신발 착용
킬힐이 임산부들에게 해롭다고 해서 아예 밑창이 얇은 평면형 신발인 로퍼 등이 건강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평면형 신발은 발의 측면 지지 부위가 부실해 보행이 불안정하고 넘어질 수 있는 위험도 있다. 또한 완충작용을 해주지 못해 보행 중 지면의 압력과 충격이 그대로 발바닥부터 무릎, 골반, 허리까지 전달돼 각 부위에 쉽게 통증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임산부들은 신발을 선택할 때는 체중증가 및 변화를 고려해 균형과 안정감을 잘 유지할 수 있는 것을 신어야 한다. 신을 신었을 때 발가락이나 발뒤꿈치 등 특정 부위에 압력이 치우치는 것을 피하고 발 전체에 압력이 고르게 분산될 수 있어야 한다. 신발은 2~3cm정도의 균형 경사를 유지하며 발볼이 여유 있는 것을 선택하고 에어쿠션 등 발바닥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깔창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임신 기간 동안에 오랜 시간 외출했다면 마사지 등을 통해 다리의 피로회복과 혈액순환을 해 하지 부종과 정맥류, 발저림 등을 예방해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