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걱정에 부상하는 ‘생태공동체’

노후 걱정에 부상하는 ‘생태공동체’

기사승인 2012-08-27 09:46:01

[쿠키 생활] 노후 대책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장수를 축복이 아닌 걱정거리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4가구 중 3가구가 현재 가진 자산으로는 노후 생활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을 500만원 받는 이들도 주택 대출과 자녀교육으로 남는 돈이 없을 정도라고 하니, 노후대책을 고민할 여력을 가진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2010년 러시아 가뭄으로 인한 곡물가 상승의 여파, 유럽발 경제위기로 인한 국내 실물경제의 타격,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때보다 심각한 경제상황이라는 이야기들이 들려오는 상황에서, 행복한 노년은커녕 당장의 삶조차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그렇지만 기존의 생각을 조금 바꾼다면 경제적인 부담이 없이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최근에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여러 가구가 함께 생활하는 생태공동체(Eco-Village)가 노후 준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생태공동체는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환경 파괴 문제, 경제위기, 대안교육 등 각종 문제를 생태적인 삶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생활공동체다.

생태공동체는 처음 땅을 마련하고 집을 지을 때는 공동으로 투자를 해야 하지만, 이후 주거비나 대출금 등이 발생되지 않는다. 식사도 공동 주방에서 함께 하니 식비가 줄고, 가전 제품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등, 도시에서의 한 가정 월수입 정도면 온 마을이 한 달간 생활이 가능할 정도여서 경제적인 부담이 적은 노후 대책으로 고민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98년 경남 산청군 안솔기 마을을 시작으로 경남 함양군의 지리산 두레 마을, 충남 홍성군 문당리 등 여러 생태공동체가 형성되었고. 서울 마포구의 성미산 마을처럼 도심형 생태마을이 형성되는가 하면 친환경 유기농법을 고집하는 전북 부안의 변산공동체 등 다양한 형태의 생태공동체 또한 등장하고 있다.

충북 보은을 비롯해 국내에만 4~5곳에 마을이 조성된 생태명상공동체 ‘선애빌’의 경우 이례적으로 단기간 발전을 보이며 해외에까지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곳이다. 한국의 선인(仙人)들이 가진 지혜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선애빌은 생태적인 삶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영성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구성원들이 직접 삶의 형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시골 한의사, 대안학교 교사, 문화진흥원 원장, 전통악기연주자 등 선애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저술한 ‘생태공동체 뚝딱 만들기’(도서출판 수선재)에서는 이러한 선애빌 주민들의 주거와 생업, 놀이와 예술, 육아 교육 등 다양한 삶의 양상을 기록하고 있다.

책에서는 한국문화에 기반을 둔 생태공동체를 뉴욕에서 만들어가는 미국인의 이야기, 세 아들을 둔 40대 가장이 직장을 떠나 대안적인 교육과 삶을 실천하는 사연, 어쩌다 보니 양치기 소년이 된 환경운동가의 변명 등 우리 시대의 대안이라 불리는 생태공동체 속에서 진정한 삶의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여정을 읽을 수 있어 생태공동체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참고해 볼 만 하다.

은퇴 후 생활유지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요즘, 선애빌 주민들의 이야기가 일상에 치여 바쁜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안식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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