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영화 ‘친구’의 흥행신화를 썼지만 이후 ‘이름값’에 비해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곽경택 감독이 초심으로 돌아갔다.
곽경택 감독은 영화 ‘미운 오리 새끼’를 통해 그간 이름 앞에 수식어처럼 붙었던 ‘대규모 스케일’과 ‘톱스타’를 뗐다. 흥행부담 역시 버렸다. 규모는 작지만 진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에 담았다. 제작비를 밝힐 수 없을 만큼 초저예산 영화에 배우들도 오달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신인이다.
‘미운 오리새끼’는 헌병대에 배치된 6개월 방위 낙만의 파란만장한 병영생활과 그보다 더 파란만장한 1987년 시절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낸다.
주인공 낙만은 곽 감독의 실제 모습을 투영한 인물로 감독의 가장 초라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녹여냈다. 이발병으로 입대했으나 사진 찍기, 잡초 뽑기 등 잡무를 떠맡게 되면서 겪는 사회 새내기의 어리바리한 모습부터 영창 근무 중에 마주한 부조리한 조직생활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까지 낙만은 곽경택 감독의 20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잔잔한 웃음을 앞세운 채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그 안에 감춰진 메시지는 꽤 무겁고 진지하다. 영창 수감자와 나눴던 교감과 범죄자라고 낙인 찍혔던 낙만의 오해가 풀리는 과정, 수감된 아들을 만나기 위해 애쓰는 아버지의 모습 등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진다.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가 ‘군대이야기’라고 하지만 이 영화는 여자들이 봐도 공감할 만한 충분한 감성적 지점을 갖고 있다. 영화는 사회적으로 괄시받는 약자의 모습을 극중 현역들 틈에서 무시당하는 낙만으로 표현했고 이는 이 세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이를 통해 ‘지금은 미운 오리일지라도 백조가 될 수 있다’는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한다.
‘미운 오리 새끼’는 곽경택 담독의 데뷔작인 단편영화 ‘영창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15세 이상 관람가로 지난 30일 개봉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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