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의료인의 인터넷 ‘막말’이 또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너희를 3초면 죽일 수 있다”는 말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은 ‘막말 간호사’에 이어 이번에는 “환자에게 마취 총을 쏘고 싶다”는 의료인 여성의 발언이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직업의식과 생명윤리 논란을 재점화했다.
16일 유명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지난달 31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남자친구와 댓글을 주고받으며 대화하다 나온 의료인 여성의 막말이 공개돼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문제의 여성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또는 간호실습생 등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인 직업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에 대한 고발 글은 ‘간호사의 멘탈(정신상태)’ ‘마취 총 간호사’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다.
문제의 여성은 고된 업무가 많은 병원 중환자실 발령으로 인한 고민을 남자친구에게 호소하다 “차라리 의식불명의 환자가 낫다. 마취 총 빌려서 쏴주고 싶다. 계속 자라고…. 영영 자라. 말 걸지 마라. 부르지 마라. 가만 두지 않겠다”며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남자친구에게 개인적으로 토로한 하소연이지만 모두에게 열린 SNS의 특성 탓에 그의 발언은 고스란히 대중에게 전해졌다.
문제의 여성을 고발한 네티즌은 “한참 고민하다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런 정신상태로 환자를 보살피는 게 역겹다. 그 환자가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무서울 정도”라며 “의료인이 생명윤리의 기본도 갖추지 않은 점에 화난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들도 “‘영영 자라’는 말부터 의료인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입원한 가족을 담당한 의사나 간호사가 정말 이런 생각을 갖고 업무에 임한다면 끔찍하다”며 문제의 여성에게 힐난을 퍼부었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의 직업적 특수성이 대중을 더 강하게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에는 “간호사에게 원한을 사면 빨리 죽는 지름길이다. 너희를 3초면 숨지게 할 수 있다”고 SNS에 적은 간호사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의료인의 업무상 고충을 이해하면 무리한 발언도 아니다”라는 의견도 나왔으나 “혼자 서른 명 이상의 환자를 맡기도 하는 중환자실 업무는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다”는 간호실습생의 의견과 “말을 못해 눈짓으로 소통하면서도 보람을 주던 환자가 세상을 떠난 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는 현직 간호사의 경험담이 나오면서 문제의 여성을 향한 비난 여론은 더 뜨겁게 가열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