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중국 내 80여개 도시에서 반일 시위가 계속되는 등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에 항의하는 중국인들의 분노가 갈수록 격화되는 모습이다. 양국 정부는 영유권 분쟁을 유엔무대로 가져갈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
16일 베이징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1만여명이 몰려들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고, 대사관 안으로 맥주병과 계란, 골프공, 돌을 던지며 일본의 조치에 항의했다. 시위대는 오성홍기와 마오쩌둥 초상화, 훼손된 일본 국기를 들고 있었으며 일부는 경찰의 통제선을 넘어 정문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광저우(廣州)에도 1만명이 모였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상하이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도 주말 동안 반일 시위가 이어졌고, 1000명 이상 모인 창사(長沙)에서는 성난 군중이 일본 국기를 태우기도 했다. 선전(深川)에서는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반일 시위는 홍콩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위대는 일본 기업까지 표적으로 삼았다. 칭다오(靑島)에서는 시위대가 일본 기업 공장에 난입해 생산라인을 파괴하며 불을 질렀고, 도요타자동차 매장도 큰 피해를 봤다. 일본 유통업체 창고에 보관 중이던 24억엔(약 340억원) 상당의 상품 가운데 절반이 약탈당하거나 파손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일본계 슈퍼마켓이 습격을 당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중국 정부에 일본인과 일본 기업의 보호 조치를 요구했지만, 중국 정부는 자국민들의 반일 시위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한편 일본 내에서는 야당인 자민당이 정부에 센카쿠열도의 실효지배 강화를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차기 총재가 유력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정조회장은 해병대 창설론까지 들고 나왔다. 노다 총리도 이달 하순 유엔총회 연설에서 영토 문제에 대한 ‘법의 지배’를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 정부도 16일 동중국해 일부 해역의 대륙붕 경계안을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에 제출키로 해 유엔무대에서 양측의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의 조치가 지난 11일 영해기선 선포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 동해함대는 이날 동중국해 해역에서 모의전투 훈련을 벌이며 모두 4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중국어선 1000여척도 센카쿠 인근 해역 조업을 서두르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주중 대사 부임을 앞두고 쓰러진 니시미야 신이치(西宮伸一) 신임 대사가 16일 사망함에 따라 양국 간 외교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만주사변 81주년인 18일이 반일 시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센카쿠에 상륙했던 홍콩 활동가단체 댜오위다오보호행동위원회는 이날을 기해 다시 출항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리언 패네타 미 국방부 장관은 16일 중국과 일본 순방을 앞두고 “중국과 주변국들이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한다면 그 끝은 전쟁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