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광해’ 이병헌 “하선役, 김인권이라 생각하고 연기”

[쿠키人터뷰] ‘광해’ 이병헌 “하선役, 김인권이라 생각하고 연기”

기사승인 2012-09-19 15:06:01

[인터뷰] 영화 ‘달콤한 인생’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차갑고 강렬한 카리스마를, 드라마 ‘해피투게더’ 영화 ‘그해 여름’에서는 따뜻하고 친근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보여줬던 이병헌. 이번에는 사극에 도전했다. 그것도 예민하고 진지한 왕 광해와 가볍고 코믹한 광대 하선의 1인 2역을 맡아 두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말이다.

지난 8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이병헌을 만났다. 과묵하고 말도 가려 할 것만 같았지만, 실제 만난 그는 솔직하고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냄새’ 나는 배우였다. 영화 속 광해보다는 하선의 모습을 더 닮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왕조실록 광해군 일기 중 ‘숨겨야 될 일들은 조보에 내지 말라 이르라’는 한 줄의 글귀에서 시작된다. 영화는 광해군 재위 시절 사라진 15일간의 기록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제작사인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와 추창민 감독은 주연배우에 이병헌을 캐스팅하기 위해 직접 미국에 건너가 ‘지아이조2’ 촬영 중인 그를 만났고, 오랜 설득 끝에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병헌이라는 배우와 사극 장르가 주는 힘. 이에 더해 ‘진정한 리더는 어떤 모습인가’라는 정치적이면서 진중한 주제가 어우러지며 개봉 4일 만에 120만 관객을 동원, 인기몰이 중이다. 이병헌의 연기에 대한 호평도 쏟아지고 있다. 안했으면 후회했을 뻔한 이 영화. 출연 여부를 두고 고심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가장 고민했던 지점이 출연을 결심한 이유와 동일합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가볍지 않은 주제를 진중하게 이끌어가면서 웃음을 선사하는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었죠. 하지만 글이 아닌 연기로 표현 됐을 때는 유치하고 위험할 것 같았어요. 그 점 때문에 고민했고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그는 자칫 지루하고 무거워질 수 있는 영화에 코믹이라는 양념을 더해 지루할 틈 없이 극을 이끌어 간다. 슬랩스틱은 물론이고 ‘이병헌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구진 장면을 연출한다.

“예전부터 코믹한 연기에는 대단한 자신감이 있었죠. 촬영 중에도 분위기가 화기애애했습니다. 조명 감독님이 하도 웃어서 NG가 난 적도 있고요. ‘아직 유머 감각이 죽지 않았구나’라는 묘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코믹함만이 영화에 힘을 불어넣은 것은 아니다. 이병헌은 의심과 불안에 가득 찬 왕 광해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하선,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왕 광해 흉내를 내는 하선의 세 가지 모습을 미묘한 표정, 눈빛연기, 자유자재로 오가는 음성변화로 흡수시켰다.

결과물을 보니 뿌듯하지만 찍는 동안에는 고민과 걱정이 많았다. 엉덩이를 씰룩쌜룩 거리는 광대 하선을 연기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1인 2역의 많은 분량보다도 하선이 진짜 왕처럼 변해가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촬영하지 않았기에 감정의 톤을 기억하는 것이 더욱 힘들었다.

영화 속 호위무사 도부장으로 등장하는 김인권과 얽힌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다수의 작품에서 감초연기를 펼쳐왔던 김인권은 이번 작품에서 눈물을 쏙 빼는 진지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김인권 씨가 도부장이라는 캐릭터를 맡고는 상당히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저와 만날 때 마다 근심걱정이 가득했죠. 그러더니 어느 날 절 찾아와 ‘이번 작품에서 전 달콤한 인생의 선우입니다. 제가 이병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할거예요’라고 하더군요. 저 역시 우스개 소리로 하선 캐릭터를 연기하며 ‘내가 김인권이다’라고 생각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쏟아지는 호평에 싱글벙글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지인들을 초대하는 VIP 시사회 때 한 후배에게 들은 영화 평에는 눈가가 촉촉해질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며 회상했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한 배우가 제게 ‘오래 전부터 형님에게 보고 싶었던 모습을 드디어 보게 된 것 같아 감동이었다. 이런 작품을 저 역시 기다려왔다’고 말했어요. 또 다른 친구는 제게 ‘존경’한다고 하더군요. 사실 눈물이 날만한 이야기는 아닐 수 있지만 그런 것에 대한 향수가 컸었는지 순간 울컥했습니다. 용기가 됐던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새 작품으로 구체적으로 이야기 되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올해 말까지는 영화 ‘레드2’를 촬영하고 내년 3월에는 ‘지아이조2’가 개봉할 것 같습니다. 배우로서 발전해가는 모습 기대해주세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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