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人터뷰] “‘응답하라’ 시즌2, 서태지 이야기 접은 까닭은…”

[Ki-Z 人터뷰] “‘응답하라’ 시즌2, 서태지 이야기 접은 까닭은…”

기사승인 2012-09-23 20:37:01

‘응답하라 1997’의 신원호 PD를 만나다

[인터뷰] 피로가 켜켜이 쌓인 표정이었다. 마지막회 편집만 남겨놓은 상태라며 아쉬움 반 시원함 반이라고 했다. “그간 안했던 얘기 좀 하면 안 될까요? 인터뷰 하면서 했던 얘기 또 하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네요”라며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인터뷰라기보다 우리가 겪은 그 시대의 추억 이야기를 나눈 듯 즐겁고 편안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신원호 PD는 이번 작품이 CJ E&M으로 옮긴 후 첫 작품이다. KBS ‘남자의 자격’으로 스타 PD 대열에 올랐던 신 PD는 ‘첫 작품부터 대박을 터트려 기쁜 마음이 더하겠다’고 하자 “잘한다고 해서 야구선수를 영입했다고 하자. 선수가 어떻게 치느냐 혹은 잘 치느냐 누구나 기대를 할 것이고, 어느 선수라도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매번 프로그램할 때마다 부담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연출 경험이 있던 그는 차기작으로 시트콤을 구상 중에 있었다. 기획 중 드라마로 결정이 되자 “이승엽을 데려 왔더니 축구한다고 하더라”라는 소리를 들을 것을 각오해야 했다고 했다. 그는 “회사에서도 흔쾌히 오케이를 했고, 개인의 역량도 그렇고 채널 자체의 역량도 확장하는 차원에서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캐스팅이었다. 드라마 경력이 없는 그의 출연 제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스타들은 없었다.

“영화가 감독의 힘이라면 드라마는 작가의 힘이 절대적이에요. 정말 웬만한 연예인들에게 모두 거절당했다고 봐도 무방해요. 처음 하는 팀이 한다더라, 하면 솔직히 신뢰가 가진 않겠죠. A급 스타가 안 되면 방법이 있어요. 정말 아주 경력이 없는 신인들을 기용하는 거죠.”

‘응답하라 1997’은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의 ‘추억’을 리얼하게 그려낸 드라마로, 아이돌 팬덤 문화를 만들어낸 아이돌의 시초 H.O.T와 젝스키스가 활동하던 1997년을 중심으로 했다. 두 아이돌을 통해 과거를 추억함은 물론, 성시원(정은지)과 윤윤제(서인국), 윤태웅(송종호) 등의 러브스토리도 재미를 더했다.

30대 층에서 시작된 ‘응답하라1997’ 열풍이, 재미와 공감 두 가지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 속에 입소문을 타고 10대에서부터 50대까지 연령층이 확대되면서 이른바 ‘대박’으로 이어졌다. 추억과 향수, 복고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소재로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이 폭넓은 연령층에서 인기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로 작용했다. 이러한 드라마의 인기는 더 나아가 90년대 대중문화가 재조명되는 복고의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팬덤뿐 아니라 시대상 배경으로 등장하는 IMF나 당시 정치상황 등의 디테일한 묘사가 눈길을 끌었고, 배우들의 찰진 사투리 연기와 5초에 한 번씩 빵빵 터지는 웃음코드도 흥행에 큰 몫을 차지했다. 케이블 드라마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디테일한 리얼리티 그리고 긴장감을 더했던 러브 라인 등은 ‘응답하라 1997’의 성공 요인이었다. 정은지와 서인국, 은지원, 호야, 이시언, 신소율 등의 개성 있는 연기로 큰 호평을 받았다.

“서인국과 정은지 등이 실제로 내 덕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웃음) 이번에 ‘재발견’이라는 말을 들으며 호평을 얻은 데에 대한 뿌듯함이 큽니다. 그게 바로 PD로 일하는 맛이죠. 신인들을 캐스팅을 해서 예상치 못한 대박을 터트렸을 때의 성취감은 정말 남다르죠. 하지만 처음에 너무 애를 먹었어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고 제작발표회를 하지 말아야하나, 고민도 했으니까요.”

지상파와 달리 케이블방송은 캐스팅이 홍보에 절대적이라는 것이 신 PD의 설명이다. 그는 “지상파는 채널을 돌리다가 ‘얻어 걸리는’ 시청률이 있는 반면, 케이블은 직접 채널을 돌려서 프로그램을 보고자하는 시청층이 크다”라며 “양식만 하던 사람이 한식집을 냈는데, 종업원도 별로인데 맛은 정말 맛있다는 소문이 났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지만 사람들이 정말 몰리더라. 우리 드라마가 딱 그 상황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와 달리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연기 경력이 없는 정은지와 호야 등 연기 경력이 전무한 이들을 어떻게 이끌어야할지 고민이 계속됐다. 다행히 배우들은 예상보다 빨리 습득했고, 첫 리딩 때 안심할 수 있었다. 애초에 부산 사투리가 가능한 이들을 중점적으로 섭외했기 때문에 그들도 오히려 더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는 큰 이점이 됐다.

드라마 중간 중간, 90대의 인기 가요가 BGM으로 깔리며 추억과 향수를 더했지만, 일각에서는 음악이 너무 ‘남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일반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마치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편집이었다.

“음악이 과다 사용됐다는 점은 저도 인정합니다. 일반 드라마였다면 더 욕을 먹겠죠. 전 그렇게 생각해요. BGM이 아니라 미장센이라고. 출시된 OST 인사말에도 그런 글을 썼어요. ‘기억이 반이고 미장센이 반이다’라고. 음악이 강력한 무기였고, 그렇게 해야 특색을 갖고 테마를 변주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조금은 다른, 조금은 과해야 컨셉트가 되겠다 싶었지만, 나중에는 ‘저 음악은 뺄걸 그랬다’ 하고 후회한 부분도 있어요.(웃음)”

시즌2를 염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는 “나의 세대였던 90년대 초반으로 넘어갈까 하는 고민도 했었다. 94년 근방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라며 “다시 말해 서태지 세대인데, 주위에서 ‘서태지 이야기를 괜히 잘못 건들면 큰일 난다’고 걱정하더라. 드라마가 너무 잘 돼서 아류가 될까 걱정돼 일단은 접었다. 또 다른 얘기가 있다면 다시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 했다.

이우정 작가와의 호흡도 중요했다. 그들의 원칙은 ‘무조건 아는 이야기만 하자’였다. 의사 곁에 가보지도 않았는데, 메이컬 드라마를 할 수는 없었던 것. 90년대 중후반은 이우정 작가의 세대였고, 신 PD는 그보다 몇 년 이른 세대를 살았지만, 앞서 예능을 하면서 알게 된 지식이 있었다. 부산 사투리로 설정한 것은 이우정 작가가 사투리를 쓰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였다. 약간 유치한 발상이기도 한 ‘극성팬 이야기’가 어떻게 대중과 통했을까?

“전 그만큼 ‘빠순이’가 많았다는 것이 인기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한때는 누군가의 빠순이었던 겁니다. 주위 여자분들에게 물어보면 ‘나는 아니지만 자기 친구 중에 극성팬이 있었다’고 누구나 이야기를 해요. 남자들은 모릅니다. 그러한 여자들처럼 미치도록 좋아하는 뜨거움이 없거든요. 연예인들의 ‘사랑해요’ 한 마디에 쓰러지는, 그러한 아가페적인 사랑이 어디 있을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사진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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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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