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전 조선 임산부 미라… “그래서 죽은 게 아니라고?”

400년전 조선 임산부 미라… “그래서 죽은 게 아니라고?”

기사승인 2012-09-26 20:55:01

[쿠키 과학] 2009년 5월 경남 하동에서 발견된 400여년 전 조선 임산부 미라는 당초 추정했던 난산 때문이 아니라 생가재즙을 마시는 것 등에서 생긴 폐디스토마가 사망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단국대 의과대 기생충학교실 서민 교수팀은 26일 “미라 체내에서 폐흡충알(사진) 수천 개가 확인됐다”며 “폐흡충알은 폐, 간, 장 등의 장기에서 고루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미라의 장기 조직 DNA 분석 결과 확인됐다. 서 교수팀은 알의 분포와 규모로 미뤄 적어도 100여 마리의 성충이 체내에 기생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서 교수는 “보통 성충 5∼10마리가 몸 안에서 활동하면 감염 증상이 일어난다”며 “폐흡충에 감염되면서 임산부 건강이 악화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흡충은 폐디스토마라고도 불리는 기생충으로 민물게(참게), 우렁, 가재 등을 날것으로 먹을 때 감염된다.

서 교수는 “민간요법으로 다량의 생가재즙을 마셨기 때문에 폐흡충이 몸에 대거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임산부의 경우 폐흡충 감염 자체가 사망원인으로 보아도 무방할 만큼 감염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인후가 붓고 막혔을 때 가재즙을 취해 목구멍에 뿌리면 좋다고 동의보감에 소개되는 등 가재를 이용한 민간요법은 널리 성행했다.

미라 발견 당시는 아이를 낳다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미라가 20∼30대 여인의 것이고, 치마바지 속에서 어린아이 뼛조각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아기 뼈도 32주 태아의 것으로 새로 밝혀졌다.
진양정씨 문중묘역 이장 중 발견된 이 미라는 조선 중기 정희현(1601∼1650)의 둘째 부인 온양정씨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김철오 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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