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Style] 마법소녀들은 왜 변신복을 갖추어 입는가

[Ki-Z Style] 마법소녀들은 왜 변신복을 갖추어 입는가

기사승인 2012-09-29 13:39:00
[쿠키 문화] 어릴 적 TV로 즐겨보던 애니메이션을 떠올려 보자. 로봇 만화와 더불어 어린이 인기 만화의 양대 산맥을 이루던 변신소녀, 혹은 마법소녀들은 여자 어린이들의 로망 그 자체였다. 그 마법소녀들을 동경하게 되는 공통점은 다름 아닌 ‘변신복’. 어찌 보면 공주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요정 같기도 한 그 특별한 옷들은 마법소녀들에 대한 동경의 원천이었다. 그렇다면 왜 마법소녀들은 꼭 변신복을 갖추어 입고 악당을 물리쳤을까.

사실 그 변신복들은 실제로 입는다면 아주 불편하고 곤란하며, 전투에는 부적합한 옷 1순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소녀들이 어김없이 그 옷을 입는 이유는 일종의 ‘TPO''''에 따른 사회적 약속 같은 것이다.

TPO는 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경우 또는 상황)을 일컫는 것인데, ’마법소녀‘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기반해 만들어진 TPO에 따른 드레스 코드가 이 경우에는 변신복이 되는 것.

굳이 마법소녀라는 예를 들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는 이미 TPO에 따른 사회적 드레스코드가 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 장례식장에는 검은 옷을 입는다던가, 결혼식장에서는 신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여성 하객들은 흰 옷을 삼간다던지 하는 것이 바로 그렇다.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제작발표회나 작품의 언론시사회 등 공식석상에서는 최소한의 예를 갖춘, 정장에 가까운 옷을 입으며, 수상을 축하하기 위한 시상식 등지에서는 각자의 미를 충분히 뽐낼 수 있는 야회복을 갖춰 입는다. 이것이 TPO에 따른 사회적 드레스 코드인 것이며 그 자리에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다.

그러나 간혹 혹자들은 TPO를 지키는 것이 예의가 아닌 기호라고 해석하는 듯 하다. 장례식장에 노란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는 행위예술가가 있는가 하면, 예쁜 검은 옷 차려입었다며 장례식장에서 패션을 과시하는 여학생들이 화제가 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반면 TPO에 너무 맞추려고 마음에도 없는 의상 착용을 하는 사람들도 간혹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추석에 부모님께 듬직한 모습을 보인다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를 귀경길에 갑갑한 정장을 입는다던가, 봉사활동을 하러 가는데 치마 정장을 입는 것 같은 일들이다.

우리는 옷을 기호와 패션, 혹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수단이라고 흔히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옷의 발생 기원을 짚어보면, 단순히 옷이 기호품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옷은 기호에 앞선 예의며 기본이다. 서로를 배려하며 사회적인 질서를 지키기 위해 발전된 것이 의복의 양식이다. 또한 옷은 예의인 동시에 자신의 마음이다. 예의를 갖추면서 이 쪽의 마음도 전해질수 있는 옷을 입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개성 혹은 기호 등을 피력하기 전에 앞서 자신의 옷이 마음을 갖추고 있는지, 혹은 과한 예의로 남들에게 불편을 감수하게 하지는 않는지 문을 나서기 전에 한 번쯤 체크해 보는 것이 현대인의 옷 입는 기본이 아닐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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