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9일 국가보안법상 특수입·탈출 등 혐의로 김모(50)씨를 구속기소했다. 김씨는 국내 탈북자 정보수집, 포섭 등의 지령을 받고 지난 4월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들어왔다가 검거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0년 7월 보위부 윗선으로부터 ‘김정남을 넘어뜨리라’는 테러 지령을 받았다. 상부에서는 ‘중국에서 김정남을 암살할 경우 국제적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위해 정도만 가하라’는 취지의 명령을 내렸다. 김씨는 한족 택시기사를 매수한 뒤 교통사고를 가장해 김정남에게 부상을 입혀 자연스럽게 북한으로 이송한다는 계획을 세워 보고했다. 이어 상부의 대기 지시를 받고 산둥성 지방도시에서 머물렀으나 김정남이 중국에 들어오지 않아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고 한다. 당시는 김정남의 동생인 김정은이 북한 정권의 ‘후계자’로 부상하고 있을 때였다.
앞서 김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 3차례나 탈북해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공안에 붙잡혀 강제 이송된 전력이 있다. 김씨는 “보위부 일을 하면 용서해 주겠다”는 지시를 받고 2002년 두만강을 건너 다시 중국으로 잠입했다. 그 다음해 베이징의 보위부 안가에서 6개월 동안 정치사상, 사교술, 상황대처법, 침술, 중국어 등 교육을 받은 뒤 공작원으로 나섰다. 김씨는 옌지 지역부터 상하이, 칭다오, 하얼빈, 톈진, 쿤밍 등 중국 전역을 떠돌면서 활동했다고 한다. 주로 고위직 출신 탈북자로 가장해 한인 교회나 한국 기업인을 접촉해 북한 관련 정보를 건네며 친분을 쌓은 뒤 탈북자 색출, 탈북 경로 정보 등을 상부에 보고하는 일이었다. 북한 고위간부의 친척들이 한인 교회에서 성경 공부를 한다는 정보도 보고해 종교 모임에 참석한 이들이 북한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김씨는 공작 성과를 인정받아 2009년 ‘중좌’라는 군사칭호와 국기훈장 1급도 수여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정예 공작원을 양성해 침투시키던 기존 공작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계층의 공작원을 선발, 속성 교육만 시킨 뒤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잠입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침투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검거가 되더라도 공작 활동이나 조직의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