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테스트 드라이버’ 비요타의 휴먼 드라마
[쿠키 지구촌] “사고를 당한 후 처음으로 거울을 봤어요. 얼굴이 검은 실로 140바늘이나 꿰매져 있더군요. 오른쪽 눈은 없어졌고요. 정말 끔찍했습니다.”
지난 7월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북부의 덕스포드 에어필드에서 열린 연습 주행에서 팀 지원 트럭을 들이받아 오른쪽 눈을 실명한 미모의 포뮬러1(F1) 여성 테스트 드라이버 마리아 데 비요타(32·스페인). 테스트 드라이버는 F1 본선에 출전할 수 있는 드라이버 바로 아래 단계에 속한 선수들이다.
F1 드라이버는 현재 전 세계에서 24명에 불과하고 모두 남성이다. 12일 전남 영암에서 개막되는 F1코리아는 이들이 펼치는 지구촌 스피드 축제이다. 여성은 역대 5명이 있었지만 지금은 한 명도 없다. 여성 테스트 드라이버도 비요타를 포함해 단 2명뿐이다.
특히 비요타는 1992년 이후 20년 만의 첫 F1 여성 드라이버가 유력했던 터라 그의 사고는 충격 그 자체였다. 비요타는 1976년부터 1982년까지 활약한 전설적인 F1 드라이버 에밀리오 데 비요타의 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11일 출간된 스페인 잡지 ‘HOLA’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와 이후의 삶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당시 비요타가 탄 MR01은 팀의 지원 트럭을 들이받았고, 비요타의 헬멧에 시속 50∼60㎞의 충격이 가해졌다. 이 사고로 두개골이 골절되고 얼굴을 심하게 다친 비요타는 한때 생명이 위독했으나 오른쪽 안구 적출을 포함한 대수술을 받은 끝에 겨우 위기를 넘겼다.
사고가 일어난 순간이 생생히 기억난다는 비요타는 절망 대신 긍정적인 면을 들여다보았다. “사람들은 나의 당시 사고로부터 교훈을 얻겠지요. 그래서 앞으로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거예요.”
비요타의 가족은 MR01에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마루시아 팀에 화가 나 있지만 비요타는 현재 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는 내 동료들과 모터스포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고 느껴요.”
곧 추가 수술을 받을 예정인 비요타는 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두통에 시달리고 있으며 후각과 미각도 잃어 버렸다. 그러나 비요타는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일을 위한 또 다른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그 사고로 인생에 대한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됐고, 무엇이 정말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됐어요. 이제 난 눈이 하나밖에 없지만 이전보다 주위의 것들을 더 잘 볼 수 있어요. 예전에 내 인생은 시간과의 싸움이었죠. 급하게 달리지만 말고 멈춰 서서 다른 방식으로 주변을 살펴봐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