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찾은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 1층 뷔페엔 10여명의 외국인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옆으로 프랑스 식당이 있었고 지하엔 일식당과 중식당, 이탈리아 식당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일식당 앞엔 일본 전통 의상을 입은 직원이 안내를 했다.
이처럼 호텔 안에는 다양한 국가의 식당이 즐비했지만 정작 한식당은 없었다. 로비에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붐볐지만 이들이 한식을 맛보려면 호텔 밖으로 나가서 식당을 찾아야 했다.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1층 로비에 고급 레스토랑 2곳이 있었고 지하 1층에 중식당과 뷔페가 보였다. 호텔 최고층인 20층엔 100석 규모의 일식집이 있었다. 그러나 한식당은 보이지 않았다.
안내 직원에게 한식당을 가고 싶다고 물으니 직원은 “호텔엔 한식당이 없다”며 대신 지도를 펼쳐 인근 한식당을 소개했다. 호텔 관계자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 중에 삼겹살이나 불고기, 삼계탕 등 한식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제공할 수가 없어 아쉽다”고 설명했다.
2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에게 제출한 ‘호텔 한식당 운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급 이상 호텔 315곳 중 한식당을 운영하는 호텔은 134곳(42.5%)에 불과했다. 호텔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서울의 경우 호텔 77곳 중 한식당이 있는 곳은 15곳(19.5%)에 그쳤다.
특히 서울시내 특1급 호텔 19곳 중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롯데호텔서울, 쉐라톤워커힐, 메이필드, 르네상스 등 6곳뿐이었다. 인천과 울산은 한식을 맛볼 수 있는 호텔이 한 곳도 없었다.
정부가 2008년부터 한식 세계화를 주창하며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있지만 정작 외국인이 많이 찾는 국내 호텔들은 한식당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식은 조리과정이 까다롭고 회전율이 낮은 데다 재료비와 인건비도 많이 들어 흑자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란 게 호텔들의 설명이다. 호텔신라와 웨스틴 조선 등은 2005년 경영상의 이유로 한식당을 폐쇄하고 뷔페 레스토랑을 추가 설치했다.
정부는 호텔의 한식당 설치를 장려하기 위해 2009년 4월 호텔 등급 평가 기준에서 한식당 운영 가산점을 높였다. 2010년엔 한식당 개설 특급 호텔에 1억원의 지원금을 주기로 했지만 호텔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호텔의 한식당 활성화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경제적 논리에 밀려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며 “사기업인 호텔에 한식당 운영을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조차 호텔에서 제대로 된 한식을 먹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호텔과 머리를 맞대서 묘안을 짜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