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전 10시, 관광버스에 노래반주기를 설치했다가 적발된 한 버스 기사가 이같이 말했다. 단속원이 “흥은 나겠지만 버스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 사고의 위험이 있지 않겠냐”고 묻자 기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서울시 교통지도과 소속 단속요원 16명은 이날 서울 잠실동 탄천주차장에 있는 관광버스 30여대를 대상으로 집중 단속 활동을 벌였다. 행락철을 맞아 불법으로 관광버스를 개조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요 단속 대상은 좌석을 마주보게 만든 구조변경, 노래반주기 설치, 비상망치·소화기 미비치 등이다.
단속원 3명이 경북 K대학 학생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를 들이 닥쳤다. 앞쪽 선반을 열자 노래반주기가 드러났다. 운전자는 “이미 고장난 것”이라고 발뺌했지만 앞좌석 틈새에서 노래방 책자가 발견됐다. 버스 계단엔 ‘신발은 반주에 맞춰 톡톡’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노래반주기 설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23조에 따라 120만원의 과징금을 받는다. 남병윤 서울시 운수지도팀장은 “여전히 관광버스 승객들이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있다”며 “큰 사고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버스에선 유사시 창문을 깨고 탈출하기 위한 비상망치가 비치돼 있지 않았다. 내용물이 없는 빈 소화기를 싣고 다니는 버스도 있었다.
단속을 피해가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버스 기사들도 있었다. 주차장 입구에서 진입하던 한 관광버스 기사는 단속요원이 올라타자 “이동주차를 해야 하니 잠시만 내려달라”고 한 뒤 잽싸게 달아난 경우도 있었다. 걸레로 버스를 청소하던 기사 이모(49)씨는 단속원이 공무원 신분증을 내밀며 단속 취지를 설명하자 급하게 문을 굳게 닫고 숨어버렸다. 단속원을 따돌리기 위해 멈추지 않고 주차장 안을 빙빙 돈 버스도 있었다.
한 단속원은 “기사들이 떼로 몰려와 폭언을 하거나,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데 흥을 깨지 말라’며 단속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총 관광버스 394대를 점검해 노래반주기 불법 설치 18건 등 180건을 적발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