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녹내장 환자의 30%가 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은 지난해 녹내장이 의심된다며 처음 병원을 찾은 환자 총 455명(남 222명, 여 223명)을 분석한 결과, 녹내장을 진단 받은 41.5%의 환자가 진단 당시 중기 이상이었고, 약 30%는 녹내장 말기로 진단됐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녹내장 진단을 받은 환자 219명을 분석한 것으로 219명 중 초기 77명, 중기 29명, 말기 62명으로 나타났다.
녹내장은 안압의 상승으로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에 장애가 생겨 시신경의 기능에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주변시력을 담당하는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야가 점차 좁아지고, 방치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녹내장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은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 안구의 심한 통증과 함께 두통이나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반면 90% 이상의 환자에서 발생하는 만성 녹내장은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말기가 되기 전까지 거의 자각 증상이 없다. 따라서 환자가 시력 저하를 느낄 단계라면 이미 시신경이 많이 손상됐다고 봐야 한다.
◇녹내장 유병률 40대부터 급증, 젊은 나이도 안심 못해
녹내장을 진단 받은 환자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40세 이전은 8.2%, 40세 이후는 91.8%로 대부분의 녹내장 환자는 40대 이후였다. 특히 30대가 5.5%인 것에 비해 40대는 17.8%로 약 3배 정도 급증해 40대 이후에 녹내장 정기검진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녹내장으로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기발견에 따른 조기치료가 유일한 예방 방법이다. 40세 이상은 매년 녹내장 여부를 확인하는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 녹내장 발병 확률이 더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안압이 정상인 경우에도 녹내장이 걸릴 위험이 높기 때문에 녹내장 검사 시에는 안압 측정뿐만 아니라 안저 촬영을 통해 시신경섬유층의 결손 유무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녹내장은 진행성 질환으로 조기에 진단해 꾸준히 치료해야 실명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김황기 김안과병원 교수는 “녹내장은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에 환자가 녹내장 증상을 느끼기 어렵고 시신경이 많이 손상된 후 병원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40대부터 녹내장에 대한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손상된 시신경은 복구할 수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녹내장은 조기진단을 통한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기 발견해 치료 시작, 꾸준한 관리 중요
녹내장은 조기 발견해 치료를 시작할수록 좋은 경과를 보인다. 녹내장의 치료는 약물요법, 레이저요법, 수술요법으로 나눈다. 대부분의 경우 기본적으로 약물요법이 사용되며 이를 통해 일정 수준으로 안압을 낮게 유지하고 안혈류를 증가시킨다.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의 시신경 손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녹내장 치료 점안액을 장기간 투여하면 점안액에 함유돼 있는 방부제 때문에 통증, 이물감, 건조함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부작용을 낮춘 무방부제·무균 녹내장 치료제도 나와 있다. 따라서 치료과정이 고통스럽고, 만족할만한 효과가 느껴지지 않더라도 의사와 상의하여 방법이나 약물을 바꿔가면서 꾸준한 치료를 해야 남은 시력을 보존할 가능성이 높다.
◇녹내장 위험인자 확인해 정기검사 받아야
40세 이상이거나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경우 외에도 ▲건강검진에서 안압이 높게 나온 사람 ▲당뇨병, 고혈압 등 전신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 ▲고도근시가 있는 사람 등 녹내장 위험 인자가 있는 사람들은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발병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밖에 편두통이 지속되거나 유·소아의 눈물 흘림이 심하거나 빛을 비정상적으로 싫어하고 교정시력이 잘 나오지 않으면 녹내장 위험이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과도한 음주와 흡연은 안압 상승 및 안구의 혈류 순환 장애를 유발하므로 삼가는 것이 좋으며, 물구나무 서기 등의 장시간 특수한 동작의 요가도 피하는 것이 좋다. 어두운 곳에서 독서, 컴퓨터를 하거나 장기간 엎드려 있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