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한국소비자원은 경미한 뇌출혈로 입원한 환자에게 혈종 제거를 위한 배액관을 잘못 삽입해 사망에 이르한 병원이 유족에게 5240만원을 지급토록 조정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윤모(남·당시 75)는 뇌경막과 지주막 사이에 피가 고여 혈종이 생기면서 뇌 조직이 눌리는 만성 경막하혈종 경막하혈종으로 병원을 찾았다. 진단에 따라 혈종제거술인 배액관삽입술을 받았으나 수술 직후 고혈압이 나타나고 의식을 잃었다.
뇌 CT 검사를 다시 시행한 결과, 뇌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조직이 파괴돼 뇌 안에 피가 고여 있는 것이 확인됐으며 다음날 사망했다.
병원 측은 사망한 유모씨의 경우 고혈압으로 인해 뇌혈관이 터져 발생한 자발성 고혈압성 뇌출혈이라며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소비자원은 혈종을 제거할 목적으로 뇌 조직 밖에 삽입한 배액관이 뇌 조직을 뚫고 뇌 안으로 들어가 뇌출혈을 발생했음을 밝혀내, 배액관을 잘못 삽입한 의사의 과실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소비자원은 병원 측이 혈종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뇌출혈을 발생시키고 이를 알지 못한 채 4시간 가량 방치해 환자 상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다만 환자의 기존 병력과 나이, 수술 위험성을 고려해 병원 측의 책임범위를 80%로 제한했다.
소비자원은 “의료분쟁은 의료 행위의 특수성으로 인해 의사 과실 입증이 쉽지 않지만 이번 조정결정은 심의과정에서 손해배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의료상의 과실을 밝혀내고 병원 측에 합리적인 보상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