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자전거 수십대를 훔친 노숙인과 이를 헐값에 사들인 상가 업주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2일 강남 일대에서 자전거를 상습적으로 훔친 혐의(절도)로 노숙인 김모(43)씨를 구속했다. 김씨가 훔친 자전거를 헐값에 사들인 자영업자 안모(41)씨 등 27명은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자전거에 묶인 자물쇠를 절단기로 끊는 수법으로 지난 8월초부터 최근까지 강남 일대에서 자전거 52대를 훔친 혐의다. 김씨는 지난 10일엔 서울 반포동 H아파트에서 350만원 상당의 자전거를 훔치기도 했다.

김씨는 훔친 자전거를 반포동 상가 업자들에게 헐값에 팔아 넘겼다. 안씨 등 상가 업자 27명은 훔친 자전거임을 의심하면서도 김씨로부터 헐값에 2~6대씩 사들였다. 심모(37)씨는 350만원 짜리 고급 자전거를 6만원에 구입하기도 했다. 이들은 ‘좋은 자전거를 가져오라’고 주문해 김씨가 고가의 수입자전거에 손대도록 부추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훔친 자전거는 모두 3000만원 어치가 넘지만 실제 김씨가 이를 팔아 받은 돈은 309만5000원이 전부였다.

김씨는 피해자 주부 김모(44)씨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주부 김씨는 지난 10일 자전거를 도난당한 뒤 CCTV를 통해 ‘작은 키에 대머리’인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봤다. 주부 김씨는 지난 13일 김씨가 아파트에 나타나자 경비원 고모(60)씨와 함께 붙잡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날 주부 김씨와 경비원 고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하고 신고보상금을 전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