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케이블] “지상파? 이젠 우습지”

[2012 케이블] “지상파? 이젠 우습지”

기사승인 2012-12-15 13:01:01

[쿠키 방송] 지난 2008년 드라마 인터뷰를 위해 만난 대다수의 연예인들은 케이블 방송 출연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질색했다. 그러나 2012년 당시 만난 연예인들을 포함해, 적잖은 연예인들이 “지상파보다 케이블 방송이 더 편하다”며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2012년은 케이블 방송 중흥의 원년으로 삼을만한 해이다.

케이블 방송의 중흥기의 틀을 만든 것은 CJ E&M 방송부문이다. 엠넷, 온스타일 OCN, tvN, 슈퍼액션, 올리브, XTM 등 20개의 다양한 채널을 거느린 MPP(복수채널사용사업자, Multi Program Provider)인 CJ E&M 방송부문은 CJ라는 거대 기업을 등에 업고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애초 tvN이나 엠넷 등은 자극성만 강조한 방송으로 뭇매를 얻어맞았고, ‘케이블 방송=저질 방송’이라는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안겼다. 그러나 CJ가 온미디어를 흡수, CJ E&M으로 조직을 개편한 후에는 공격적이면서 지상파 못지 않은 고퀄리티의 방송을 생산해 내기 시작했다.

시작은 예능 프로그램의 변화부터였다. 자극적이더라도 감동을 입혔고, ‘19금’을 시도하더라도, 과거와 같이 ‘싼 티’나는 맛을 배제했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시청자들에게 가장 먼저 느끼게 한 것이 올해로 시즌 4를 맞이한 ‘슈퍼스타K’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만들어 낸 것은 물론, 시청률 역시 지상파를 압도했다. 지상파에서 유사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원조’가 가진 노하우와 마니아층 형성은 따라잡기 버거웠다. 이후 ‘보이스 오브 코리아’ 등이 히트를 쳤고, 내년에 폐지될 예정이기는 하지만, ‘코리아 갓 텔런트’ ‘오페라 스타’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또한 ‘코미디 빅리그’는 새로운 개그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애초 지상파 3사에서 사실상 활동을 하지 못하는 개그맨들이 무대에 나온다고 알려졌을 때, “과연 그들의 역량이 예전같을까”라는 의구심을 안겨줬지만, 이들은 지상파라는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개그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십분 발휘해
자신들의 전성기 이상의 실력을 보여줬다.

미국 프로그램 ‘SNL’을 들여온 ‘SNL코리아’ 역시 성공적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19금’ 소재를 활용하는 면이 과거와 달라졌고, 특히 정치 풍자와 사회 풍자로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대선 정국에 맞춘 ‘여의도 텔레토비’는 정치권까지 관심을 가지며, 한때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까지 받았다.

여기에 tvN은 지난 11월부터 케이블 사상 첫 일요예능 블록인 ‘일요일N tvN’을 신설해 생방송 예능 ‘세 얼간이’, 아이돌의 로맨스를 다루는 ‘더 로맨틱 & 아이돌’로 20대 남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았다.

이런 예능의 바통을 이어받아 케이블 방송의 한 축을 이룬 것은 드라마다.

히트상품은 ‘응답하라 1997’로 최고 시청률 9.47%로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끼쳤다. ‘세시봉 신드롬’이 80년대를 불렀다면, ‘응답하라 1997는 90년대 감성을 다시 이끌어냈고, 90년대 가수들 뿐 아니라, 노래, 문화 등을 사회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 시켰다. 특히 올해 초 히트작인 ’건축학개론‘과 맞물려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더불어 시즌제 드라마들이 정착되는 해로 평가받기도 했다. ‘막돼먹은 영애씨’를 필두로 ‘뱀파이어 검사’ ‘신의 퀴즈’ 등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케이블 첫 아침 일일드라마 tvN ‘노란복수초’는 최고 시청률 5%를 돌파해 방송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 외에는 전반적으로 시청자들과 교감하는데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올해 800억 원이 넘는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성적이 부진했던 셈이다.

케이블이 전성기를 맞이했다고는 하지만, 일부에서는 “케이블의 전성기가 아닌 CJ E&M의 전성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제작비와 홍보비를 쏟아 부었고, 가요, 방송, 영화 전반적인 영향력을 미치며 연예인들과 PD들을 전방위적으로 섭외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CJ E&M만의 전성기라는 점에서는 이견을 달기 쉽지 않다. 그러나 자본이 투입되어 가장 적절한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노하우는 엠넷과 온미디어 등을 통해 집약됐다는 분석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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