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IOC 선수위원 도전…‘역도 여왕’ 눈물의 은퇴

장미란 IOC 선수위원 도전…‘역도 여왕’ 눈물의 은퇴

기사승인 2013-01-11 09:50:01
[쿠키 스포츠] “안녕하세요, 역도 선수 장미란입니다.” 정든 바벨과의 이별이 못내 아쉬웠던 것일까? 그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상지여중 3학년이던 1998년 처음 만난 바벨은 그의 연인이었다. 바벨은 정직하다. 딱 훈련한 만큼만 자신의 무게를 허락한다. 그도 정직했다. 둘은 함께 수많은 전설을 만들었다. 그러나 바벨은 그의 몸을 상하게 했다. 허리, 어깨, 무릎, 팔꿈치…. 어디 한 곳 성한 데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계속해서 아픈 몸 위로 바벨을 들어올렸다. 언제부터인가 바벨은 그에게 버거운 무게가 되어 버렸다. 결국 정든 바벨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 인생 2막을 힘차게 열었다.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고 싶어요.” 어느새 그의 얼굴은 환해져 있었고,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장미란(30)은 10일 고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은퇴를 결심하게 된 사연과 향후 계획 등을 밝혔다.


“지난해 런던올림픽과 대구전국체전을 마친 뒤 은퇴에 대한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은퇴를 최종 결정한 건 채 열흘도 안 됩니다. 은퇴 후엔 학업과 ‘장미란재단’을 통한 사회공헌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그는 더 큰 꿈도 펼쳐 보였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IOC 선수위원이 되어 꿈나무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요.” 그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했다.


2002년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된 장미란은 그해 부산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따내며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약 9년간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다. 그는 지난날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힘든 날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신앙이 있었기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15년간의 선수 생활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아무런 꿈도 없었던 3학년 여중생이 국민의 사랑을 넘치게 받는 사람이 됐습니다. 이제 재능기부를 통해 국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덩치가 크고 외모에 자신이 없어 위축되고 기가 죽었다는 장미란은 같은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전했다. “처음엔 역도가 싫었어요. 그렇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역도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했지요. 누구나 한 가지씩 소질은 있습니다. 자기가 잘하는 것을 찾아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고양=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이지영 기자
taehyun@kmib.co.kr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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