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108층 초고층 빌딩이 헬기와의 충돌에 의해 부서지고 폭발한다. 엄청난 불을 동반하고 그 안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온몸에 불이 붙기도 하고 건물이 무너지면서 불 뿐 아닌 물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영화에서 리얼리티는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불과 물의 재난을 다룬 ‘타워’는 당연히 모든 것을 실제로 촬영할 수 없다. 때문에 무엇보다 CG의 힘이 크고 그것이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영화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타워’는 개봉 전까지도 CG 부분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개봉 후 호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한국 영화의 CG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을 받고 있다.
‘타워’는 총 3000컷 중 1700컷이 CG다. 국내 영화 중 CG 비율이 가장 높다. 영화는 가상공간 ‘타워 스카이’를 비롯해 초고층 건물의 발화점 장면과 건물 폭파 장면 등 거대한 재난 상황을 CG로 구현해냈다. 후반작업만 1년여 기간이 걸렸으며 150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3D는 500컷이 사용됐고 이 중 풀(Full) 3D는 150컷이다. 특히 헬기 충돌 장면은 모두 디지털로 표현했다.
그렇다면 ‘타워’ 속 CG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가짜일까. CG 작업을 담당한 디지털 아이디어의 최재천 감독을 만나 영화 속 장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부터 사로잡는다…프롤로그 장면
영화 ‘타워’의 첫 장면. 외관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실제 헬기로 찍은 카메라 뷰를 회전시키는 기법으로 촬영됐다.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제작진은 여의도의 높은 건물에 전부 올라갔으며, 주변의 건물 또한 2.5D로 만드는 작업을 거쳤다. 제작 초반부터 ‘타워’ 상영 직전까지 약 1년 동안 작업이 이루어진 가장 긴 롱샷이다. 또 화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건물 안, 층마다 걸어 다니는 사람들 모습까지 일일이 그려내며 완성도를 더했다.
‘아찔한’ 곤돌라 샷, 알고 보니 1m 높이서 촬영
살아남기 위해서는 곤돌라로 유리벽을 부숴 건물 내부로 들어가야 하는 위험천만한 상황.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 장면은 CG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실제 촬영은 1m 높이로 떠있는 세트에서 촬영됐다. 아찔함을 더하기 위해 CG 작업을 통해 모든 플레이트를 80층 이상으로 높였고 불이 난 외경에 다이내믹한 부감 앵글로 높이의 공포를 극대화 시켰다.
아찔한 구름다리, 실제는 1/3 거리로 짧았다!
무너지는 구름다리는 ‘타워’의 하이라이트 장면. 세트에서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에 무너지는 프레임에 반응하며 떨어지는 강화유리, 유리에 반사돼 보이는 건물 외벽에 발생한 불까지 새로 만들어내야 했다. 실제로 유리를 깨 봤지만 느낌이 나지 않아 유리와 프레임 전면 건물 전체를 풀 3D로 구현했다. 영화에서는 긴 길이지만 실제 촬영은 1/3 정도 길이의 세트장에서 촬영, 후반작업에서 길이를 늘였다.
헬기충돌은 모두 CG…디지털의 힘
108층의 고층빌딩뿐 아니라 헬기충돌 장면도 모두 CG로 만들어 냈다. 위험한 장면이고 비용 면에서도 모형 작업보다 CG로 표현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처음 콘셉트는 헬기가 돌풍에 중심을 잃고 꼬리가 건물을 쳐서 충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타워스카이’가 워낙 크다 보니 동선이 나오지 않아 스노우머신으로 1차 손상을 준 후 꼬리가 피해입는 쪽으로 상황을 전환했다.
발화점 폭파, 실사에 CG 효과를 극대화
이 장면은 ‘히어로 샷’으로 불렸다. 설경구가 도끼로 유리창을 깨 불을 밖으로 유도하는 장면. 실제 불을 피워 촬영한 장면에 CG를 덧입혀 효과를 극대화 시켰다. 작은 크기의 불은 수십 배로 확대됐고 각종 분진과 효과들이 더해져 실감 나는 영상으로 재탄생했다. 설경구의 젖은 머리카락이 휘날려 한 장 한 장 작업자가 직접 그리며 장면의 세밀함을 살린 신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