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한없이 비밀스러워 보이는 국가정보원(국정원) 사람들은 연애도 첩보처럼 할까. MBC 새 수목드라마 ‘7급 공무원’의 초창기 제목 ‘비밀남녀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비밀스럽게 살아가는 국정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7급 공무원’은 ‘추노’와 ‘도망자’를 집필한 천성이 작가가 대본을 맡아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드라마. 2009년 개봉된 로맨틱 코미디 ‘7급 공무원’은 신분을 밝힐 수 없는 국가정보원 요원인 남녀의 사랑을 다룬 영화로, 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7급 공무원’은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첩보 요원들이 생활인의 고뇌, 직장인의 고민, 요원으로서의 고충과 애환 등을 통해 ‘첩보 공무원’의 세계를 조명한다. 국정원 요원이라는 다소 비밀스럽고 생경한 세계를 통해 색다른 재미와 긴장을 만들어 내면서, 전체적으로는 신입사원의 성공기를 그려낸다.
기존 국정원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았던 소소한 디테일을 살려내고, 산업스파이를 적발하는 흥미진진한 과정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연 남녀인 최강희와 주원의 호흡도 기대할만 하다.
앞서 영화가 서로를 속이고 감추는 게 임무였던 국정원 두 남녀의 얽히고설킨 오해와 만남을 그리고 돌발적인 사건의 연속으로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과 스릴을 선사했다면, 드라마는 직장인의 애환과 사회의 부조리함을 이야기의 바탕으로 깔고 있어 공감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형 만한 아우가 없다는 말이 있듯 앞서 제작됐던 영화 원작의 드라마들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현재 방영 중인 KBS ‘전우치’는 지난 2009년 개봉했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로, 당시 600만 명의 관객 수를 올리며 인기를 끈 바 있다. 그러나 차태현과 유이, 성동일, 이희준이 나서는 드라마 ‘전우치’는 어설픈 CG와 산만한 전개로 극의 흐름을 방해했다는 평을 얻으며 아쉬움을 안겼다. 10% 초중반의 시청률을 지키고는 있지만, 기대치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는 평이다.
2001년 개봉돼 당시 한국 최다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 ‘친구’는 8년 후 MBC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로 리메이크됐으나 아쉬운 성적을 남기며 쓸쓸히 퇴장한 바 있다. 영화에서 메가폰을 잡았던 곽경택 감독이 드라마 연출도 맡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현빈과 김민준 등이 출연했으나 한 자릿수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다.
영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흥행에 성공한 작품을 등에 업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드라마로 다시 제작하는 배경은 무엇보다 탄탄한 구성과 입체적인 캐릭터 등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영화를 통해 증명된 감동과 작품성을 바탕으로 하므로 흥행 실패의 위험 요소도 적다.
하지만 영화가 2시간 동안 그려낸 스토리를 16부작으로 늘리면서도 긴장과 재미를 잃지 않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몰입할 수 있는 환경적 요소를 지닌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약 3개월간 꾸준히 정해진 시간에 챙겨봐야 하는 물리적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원작으로 인해 기대치가 일반 드라마보다 훨씬 높다는 것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시티에서 열린 ‘7급 공무원’ 제작발표회에서 주연배우 주원은 “국정원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과 신분을 속인다는 설정만 같을 뿐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라며 “영화가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드라마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작의 명성과 함께 탄력 있는 흐름으로 ‘7급 공무원’이 인기의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