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어떤 개 상X의 호로 XX가” “X더빠큐같은 놈들, 나오면 너가 죽는다”(TV조선·지운수대통) “그 입을 찢어버릴 거야”(MBC·닥터진) “늙은 ‘빠순이’ 짓이지”(KBS·넝쿨째 굴러온 당신) “‘자뻑’에 겨워서 ‘베프’를 까먹었으니”(채널A·판다양과 고슴도치)….
온 가족이 시청하는 TV 드라마에 문법에 맞지 않거나 저속한 표현이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드라마가 아이들이나 외국인들의 한국어 교육에 활용되는 경우도 늘고 있어 방송사들의 표현 정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산학협력단이 드라마 20편 240회분을 분석한 결과 저품격 표현이 4064군데 발견됐다. 시간으로 따지면 10분에 평균 2.40번꼴로 사용됐다. 저품격 표현이란 표준어가 아니거나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 비속어나 은어, 불필요한 외국어나 폭력적·선정적 표현 등을 의미한다. 이 조사는 지상파 3사(KBS, MBC, SBS)와 종합편성채널 4사(TV조선, JTBC, 채널A, MBN)에서 지난해 5~9월 방영한 드라마를 분석한 것이다. 협력단은 이 자료를 최근 국립국어원에 제출했다.
저품격 표현이 가장 많이 사용된 드라마는 수상한 가족(MBN)으로 10분당 4.72번이 사용됐다. 이어 메이퀸(MBC·4.51번), 신사의 품격(SBS·4.36번), 갈수록 기세등등(MBN·4.08번), 지운수대통(TV조선·3.64번) 순이었다.
수상한 가족은 조직 폭력배와 형사가 등장하는 내용으로 ‘쓰레기 같은 놈’ 등 비표준어와 비속어가 특히 많이 사용됐다. 메이퀸은 전라도 지역을 배경으로 해 비표준어와 비속어 사용이 두드러졌다. 이 드라마에는 ‘거지 기집애’ ‘쳐 죽일 X’이라는 대사도 있었다. 메이퀸에는 “몽둥이 찜질을 하고 껍데기를 벗겨 버릴 거야, 혓바닥을 뽑아 버릴 거란 말이야”라는 과도한 폭력적 표현도 나왔다. 닥터진에서는 “야들야들한 것이 계집년 속살보다 낫다”, “내 사타구니에서 쌍방울 소리 나게 달려갈 테니까” 등 선정적 표현이 사용됐다.
신사의 품격은 교사, 변호사, 프로 골퍼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군의 인물이 등장하면서 ‘트렌디한 어반 느낌이세요’ 등 불필요한 외국어·외래어의 사용이 많았다.
유형별로는 비속어가 1331번으로 가장 많았다. 불필요한 외국·외래어(1014회), 비표준어(909회)가 뒤를 이었다. ‘퍼사(퍼펙트 사위)’ ‘경단녀(경력단절 여성)’ ‘깜놀(깜짝 놀라다)’ 등 과도한 축약어도 발견됐다.
저품격 표현이 가장 적었던 드라마는 ‘친애하는 당신에게(JTBC)’로 10분당 0.38번에 그쳤다. 저품격 표현이 적었던 드라마 상위 6개에 지상파 드라마는 한 편도 포함되지 않았다. 연구를 진행한 홍종선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특히 지상파의 경우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저속한 표현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방송 언어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적인 언어이고 최근엔 외국인의 국어 교육에도 자주 사용되고 있어 올바른 방송언어 사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