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여성가족부 직원들 눈물날만큼 힘들게 일해”

조윤선 “여성가족부 직원들 눈물날만큼 힘들게 일해”

기사승인 2013-03-22 19:44:01

[쿠키 정치] 정치인에서 장관으로 변신한 지 일주일. 조윤선(47)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은 “학력고사 전날, 전 과목을 하나도 공부 못한 악몽을 꾼다”며 까르르 웃었다. 여의도 정가의 평판처럼 “예쁘고 머리 좋고 유능한데다 성격까지 좋은” 정치인에서 새 정부의 ‘스타각료’로 떠오른 조 장관을 19일 서울 청계천로 장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여가부 일주일을 돌아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꾸는 꿈이 있다. 학력고사 전날인데 수학이면 수학, 세계사면 세계사 한 과목을 아예 공부를 안 한 거다. 아니면 사법시험 채점이 무효라는 통보를 받는다든지. 내가 사법시험에서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진 적이 있다. 한동안 안 꿨는데 ‘임신 출산 보육을 망라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대책을 가져오라’는 대통령 말씀을 듣고 그날 밤에 또 그 꿈을 꿨다. 이번에는 학력고사 전 과목이 공부가 안 돼 있더라(웃음).”

-여가부는 지지자도 많지만 그만큼 안티도 많다. 안에서 본 여가부는.

“장관 내정 후에야 온라인에 (여가부) 안티가 많은 걸 알게 됐다. 상당 부분은 오해인 것 같다. 여가부가 하는 일을 현장에서 직접 보니 눈물이 핑, 돌 만큼 절실한 일을 많이 하더라. 거칠게 저항하던 게임 중독 청소년들을 교육시켜 치유학교를 퇴소할 무렵에는 교사를 붙잡고 울며 토로하는 아이로 바꿔놓는다든지, 친족 가해자를 피해 은신하듯 사는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돕는 일이라든지. 하나하나 보람 있고 귀한 일인데 국민들이 잘 모른다. ‘여가부가 필요한 부서’라는 걸 인식시키는 게 내가 할 일인 거 같다.”

-여가부 대표정책인 셧다운제(밤12시 이후 청소년의 게임사용을 차단하는 제도)에 대해 18대 국회에서 반대했는데.

“장관 한 사람이 기존 부처의 입장을 이렇게 저렇게 바꿀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다. 셧다운제는 밤12시 게임차단을 통해 얻는 직접적인 중단 효과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게임중독이 심각하다’거나 ‘청소년은 밤에 게임을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공이 더 크다. 셧다운제 시행 후 심야시간에 게임을 하는 청소년 비율이 0.5%에서 0.2%로 줄었다고 하더라. 누구는 미미하다지만 그 숫자만 놓고 봐도 60%가 줄어든 거다. 효과는 없고 불합리한 점만 있다면 그 제도는 없애는 게 맞다. 하지만 이미 시행돼 정착단계이고 찬반이 있는 거라면 개선방향을 찾아야 한다. 대신 불변의 제도는 없다. 셧다운제는 2년마다 점검할 거다. 어떤 제도이든 최소 규제로 최대 효과를 내는 게 좋지 않겠나. 그런 점에서 아무리 번거로워도 (셧다운제에 대한) 검토는 계속 이뤄질 거다.”

-1999년 위헌판정을 받은 군가산점제(군복무자에게 국가기관 지원시 5%의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는데.

“군필자에 대한 예우는 필요하다. 예우가 무엇이 될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거고. 이건 기존 여가부 입장과 동일한 거다. 청년 시절 군대에 다녀오느라 쓴 시간, 여성이 아이 낳고 육아를 하면서 보낸 시간. 그걸 개인에게 전부 떠넘기기보다 사회가 부담을 나눠서 지자는 취지다. 군대 갔다 오고, 아이 낳는 책무를 다하느라 쓴 귀한 시간이 대우 받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여가부가 ‘일하는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여가부는 작은 부처이다. 비슷한 일을 하는 보건복지부 예산과 비교해서도 그렇지 않나. 그렇다고 부족한 정부 재정 탓만 할 수는 없다. 다행히 요즘 많은 기업이 사회공헌사업을 하고 싶어 한다. 반면 적당한 대상과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여가부는 잘 관리되고 절실하지만, 예산이 부족한 다양한 사업과 정책을 가지고 있다. 모자라는 부분을 기업이 동참해 도울 수 있도록 연결할 수 있다. 뜻 있는 민간기업과 사업을 잇는 매칭이 많이 성사되도록 뛸 계획이다. 특히 자활의지가 강한 차상위계층 워킹맘의 경우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기면 정부 지원이 뚝 끊기는 문제가 있다. 그 틈새를 민간이 도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싶다.”

-여성정책에 대한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맞다(웃음). 전문성 없다는 성명도 나왔고. 늘 여성정책의 수요자였지 전문가였던 적은 없으니까, 백번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반대로,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면 편견이나 치우침 없이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여성계) 원로들의 격려전화도 많았다.”

-가정에서 조윤선은 몇 점짜리 아내이자 어머니인지.

“고등학교 때는 90점은 넘어야 우등생이었지만 사법시험 치를 때 보니 그게 아니더라. 70점 넘으면 진짜 공부 잘하는 거다(웃음). 돌이켜보면 두 아이한테(대학생 큰 딸과 중학생 작은 딸이 있다) 늘 따사롭고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는, 빈틈없이 챙겨주는 엄마가 돼주지는 못했다. 항상 미안하다. 아이들에게 빈 구석이 있다면, 그건 엄마 때문일 거다. 다행히 지금은 다들 잘 커서 친구처럼 얘기를 많이 나눈다. ‘엄마가 지금 하는 일을 하게 될지 너네 나이만할 때는 상상도 못했어. 10년 전에도 상상 못했던 일이고 심지어 5년 전에도 상상 못했어. 그러니 장래에 어떤 직업이 뜰까, 지금 무엇을 해야 유리할까,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야.’ 이런 말을 많이 해준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잘하게 돼있다. 또 잘하는 걸로 평가받고 결국 그걸로 돈도 벌고 명예도 갖게 되지 않나. 우리 아이들이 끊임없이 ‘내가 뭘 잘하나, 좋아하나’ 돌아보는 습관을 가지면 좋겠다.”

-가까이서 본 박근혜 대통령을 말한다면.

“2002년 대선 때 박 대통령님을 처음 만났다(박 대통령은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선대위 공동의장, 조 장관은 공동대변인을 맡고 있었다). 한 달간 버스 타고 함께 지원유세 다니면서 지켜보니 나라 먼저 생각하는 애국심이 몸에 배었더라. 몇 년 전 호주 정부로부터 방문 초청을 받았을 때도 놀란 일이 있다. 마침 전년도 참가자가 박 대통령이시더라. 그때 외국 나가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시냐고 물어봤다. 6·25 참전용사를 만나고 전쟁기념관이나 참전비에 가서 헌화를 한다고 하시더라. 나도 따라서 호주에서 참전용사 다섯 분을 만났다. 나중에 참전용사 후손들 재단을 만든 계기가 됐다(조 장관은 2010년 한국전쟁 참전용사 자손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한국전쟁기념재단의 설립을 주도했다). 그동안 많은 남자 선배들과 일을 해봤지만 늘 한계가 있었다. 박 대통령님은 여성이어서일까 그런 한계가 없다. 말이 참 잘 통했다. 선거 때 단 하루도 힘들다는 생각 한 적이 없다. 정말 재밌게 돌아다녔다. 어떤 수업료를 내고도 볼 수 없는 걸 옆에서 배웠다.”

■조윤선 장관은…

△1966년 서울 출생 △서울대 외교학과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 선대위 공동대변인 △한국씨티은행 부행장 겸 법무본부장 △한나라당 대변인 △18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19대 총선 선대위 공동대변인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후보 캠프 공동대변인 △새누리당 대변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김현섭 기자
ymlee@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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