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그들끼리는 다 안다. 게스트 대부분이 연예인이기 때문에 어느 연예인이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단점이 있는지…그리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말이다. 한데 공생한다. 제작진과의 권력관계에 따른 침묵 또는 방관, 또 그들끼리의 동업자 의식 때문일 것이다.
SBS 인기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이러한 그들만의 묵계 속에 회가 지날수록 빛이 수그러들고 있다. ‘힐링캠프에서 여러분을 치료해 드립니다’라는 슬로건이 무색하다.
진행자와 제작진 등의 묵계는 결국 25일 출연자인 배우 설경구 설화로 이어졌다. 설경구 출연 예고 방송을 본 한 네티즌이 포털에 ‘설경구 힐링캠프 출연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을 냈다. 청원자는 “누구를 위한 힐링입니까? 설경구가 힐링캠프에 출연하여 포장된 모습으로 국민에게 방영되는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라고 주장했다. 1000여명이 서명했다. 그의 재혼을 둘러싼 미덥지 않은 부분을 지적하는 내용이 주였다. ‘힐링캠프’ 시청자 게시판에도 비슷한 주장이 이어졌다. 그간 꾹 참아온 ‘힐링캠프’ 출연자 선정에 대한 일갈이었다.
‘힐링캠프’ 타이틀이 이제는 불편하다. 설경구 이병헌 박시후 김용만 조혜련 이미숙 등 불미한 일과 연루된 스타들에게 항변의 기회를 주거나 탈색의 장이 되게끔 돕기 때문이다. 예전 ‘힐링캠프’가 보여줬던 ‘삶의 일선(一線)’의 치열함을 보여주기보다 연예 가십에 지나지 않는 인물에 대한 과대 포장으로 치우친다.
정치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과 같이 우리 사회 아젠다 설정을 위한 중심인물의 생각과 생활을 엿보는 것을 통해 시청자의 불안을 씻어주던 식의 힐링은 쏙 들어갔다. 또 소설가 박범신, 축구선수 정대세 등과 같이 각기 장인적 삶, 경계의 삶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니다.
진행자가 문제다. 시청자 기대와 달리 출연자의 근황과 의례적인 질문에 그쳐서이다. 시청자는 출연자의 표정하나, 단어 하나에서 ‘진심’을 느끼는데 세 명의 진행자는 “박시후씨가 나오니까 힐링캠프가 힐링이 돼요”라는 식의 찬사 일색이다. 그 성찬에 휘둘린 시청자는 ‘흠 없는 멋진 연기자’라는 잔상이 가시기도 전에 ‘성폭행 논란’ 중심에선 출연자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진행자들은 ‘주식계의 세꼬시’(김용만) 등의 말장난으로 자신들의 순발력을 돋보이려 한다. 진행자들은 출연자의 민낯을 드러내줘야 한다. 그래야 ‘세탁’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생각을 못한다. 제작진과 갑을의 관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해명은 옹색하다. 연예인의 위상이 상황에 따라 역전된 갑을인 경우가 많을 정도로 달라져서이다. 문제 있는 출연자에 대한 최소한의 필터 역할을 같은 연예인이 해줘야 한다. 그래야 그들만의 ‘동업자 쇼’란 소리를 듣지 않을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