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고 때리고 뺏고… 악마 같은 연예기획사들

만지고 때리고 뺏고… 악마 같은 연예기획사들

기사승인 2013-03-26 19:09:00

[쿠키 문화] 김모(28)씨는 2010년 1월 경기도 부천에서 V엔터테인먼트라는 연예기획사를 설립했다. 수익이 나지 않아 월세를 내기도 어려워지자 서울 양평동, 잠원동, 서교동 등으로 사무실을 옮겨 다녔다. 정식 직원은 1명도 채용하지 못했다. 대부업체에서 고리로 돈을 끌어다 생활비와 기존 대출금 이자 등을 충당했다. 연예인 지망생을 모집해도 연습조차 시켜줄 능력이 없었다.

그런데도 김씨는 인터넷에 수시로 ‘아이돌 걸그룹 멤버 선발 오디션을 진행한다’는 광고를 냈다. 2011년 6월 광고를 보고 찾아온 A양(17)에게 그는 “1년 안에 실력 향상이 안 되면 보증금을 전액 돌려준다. 데뷔하면 보증금은 앨범 제작비로 쓰겠다”고 속여 3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비슷한 수법으로 19명이 모두 9040만원을 뜯겼다.

김씨는 B양(16)에게 “몸매를 봐야 한다”며 옷을 들추게 한 뒤 몸을 만지는 등 미성년자 5명을 성추행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안미영)는 26일 김씨를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연예인 지망생들을 상대로 한 갈취, 성추행 등 연예기획사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영세한 군소 기획사들이 난립하는 데다 부적격자들이 사업을 벌여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한 은모(38)씨는 조직폭력배 출신이었다. 은씨는 강원도 지역 조폭 부두목으로 활동하다 두목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연예기획사 총괄팀장을 맡았다. 흉기 공갈 등 전과 9범인 상태였다. 은씨는 가수 지망생 C양(16)을 연습실에서 상습 성추행하다 또 다시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됐다.

같은 해 5월에는 연습생 4명을 10여 차례 성폭행·성추행한 O사 대표 장모(53)씨가 구속됐다. 장씨는 재판에서 “한류를 선도하고 국내 엔터테인먼트산업에 기여했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1·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국내에는 2000개 이상의 연예기획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될 뿐 업계에서도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자격미달 연예기획사를 퇴출시키고 기획사·매니저 등록제를 실시하겠다며 전수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도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
김상기 기자
blue51@kmib.co.kr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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