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경제 재생’보다 우려되는 일본의 우경화 ‘교육 재생’

무리한 ‘경제 재생’보다 우려되는 일본의 우경화 ‘교육 재생’

기사승인 2013-03-27 20:33:01
[쿠키 지구촌] 일본 교과서 검정 파문을 계기로 일본 정부의 우경화 교육 정책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치권의 극우편향이나 정권의 무리한 ‘경제 재생’보다도 일본의 우경화 ‘교육 재생’이 장기적 관점에서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도된 가치관을 일본 학생들의 머릿속에 심어주기 위한 일련의 행보는 한편으론 예견된 수순이었다. 일본 총리 직속 ‘교육재생 실행회의’의 면면을 살펴봐도 현실이 된 우려의 이유가 보다 분명해진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는 지난 1월 교과서 검정기준 개정을 비롯해 교육문제 전반을 총괄할 교육재생 실행회의를 출범시키면서 극우 인사들을 대거 등용했다. 특히 실행회의 위원에 임명된 야기 히데쓰구(八木秀次) 다카사키(高崎)경제대 교수는 개헌에 발 벗고 나선 극우 법학자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회장 출신이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 교육계 참모로 꼽히는 그의 발탁에 일본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아베는 그 밖에도 고노 다쓰노부(河野達信) 전일본교직원연맹 회장과 사사키 요시카즈(佐佐木喜一) 입시학원연합 대표, 소노 아야코(曾野綾子) 전 일본재단 회장 등 일본 교육계의 대표적인 우익 인사들을 학제 개혁과 교과서에 손댈 수 있는 실행회의 위원단에 앉혔다. 더욱이 사사키 대표는 아베 정권의 극우파 좌장격인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과도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임명도 되기 전부터 새로운 ‘애국심’ 교육을 운운하며 교과서 검정기준 중 이웃 나라에 대한 배려를 규정한 ‘근린제국조항(近隣帝國條項)’에 손을 대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런 교육 행정의 우경화는 일본인들의 교육정서에도 보수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아사히신문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토요일에 수업을 하는 ‘주6일제’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80%를 넘었고, 교육 격차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응답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게 나타났다. 야마다 데쓰야준(山田哲也准) 히토쓰바시(一橋)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를 “탈(脫) 여유 교육의 흐름”이라고 지적하며, 학력중심의 사회로 회귀하려는 경향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이 10조엔(117조원) 규모의 막대한 예산을 편성해 추진 중인 ‘글로벌 인재 육성법’도 이런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 자민당 재생실행본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안은 크게 세 가지로 자민당은 이를 일본 교육 재생 위한 ‘세가지 화살(三矢の敎え)’이라고 표현한다.

첫째는 토플(TOEFL)과 같은 영어능력시험에서 일정 점수 획득을 의무화하는 계획으로 자민당 내부회의에서 나온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일본인이 많아 일본 기업이 해외 진출을 못하고 내향적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당시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중 하나인 ‘라쿠텐(樂天)’의 미키타니 히로시(三木谷浩史) 회장도 일본 기업이 영어 교육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잠정적인 기준으로 제시된 ‘100점 만점에 평균 70점’ 이상의 토플 성적은 향후 대학 졸업뿐만 아니라 공무원 채용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두 번째 계획은 이공계 인력 확충안이고, 세 번째는 정보통신기술 교육 강화 마스터플랜이다.

이러한 교육 방침에 대해 일본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경쟁보다는 학생들의 자율성을 강조해 온 ‘유토리(ゆとり·여유)’ 교육을 폐기하고, ‘수월성(秀越性)’ 교육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결국 획일적인 산업인력 양성 방침”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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