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쉽게 풀린’ 수갑, 또 얼빠진 경찰

‘또 쉽게 풀린’ 수갑, 또 얼빠진 경찰

기사승인 2013-03-31 19:13:01
[쿠키 사회] 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10대 지적장애인이 스스로 수갑을 풀고 경찰서 정문을 지나 유유히 달아났다. 총원이 850여명인 이 경찰서는 무려 500여명을 투입해 24시간 만에 붙잡았지만 그 사이 ‘도망자’는 서울시내를 돌아다니며 다시 휴대전화와 지갑 등을 훔쳤다.

서울 마포경찰서 4층 여성청소년계에서 조사받던 이모(17)군은 30일 오후 4시쯤 담당 형사가 화장실에 간 사이 수갑을 찬 채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사무실에 다른 형사가 있었지만 이군의 도주를 눈치채지 못했다. 이군은 4층 복도에서 손을 비틀어 수갑을 빼낸 뒤 1층까지 걸어 내려가 정문을 통해 도주했다. 수갑을 벗는 데 채 1분도 걸리지 않았고, 정문을 지키던 의경은 그가 도주범인줄 몰랐다.

이군은 지하철에서 취객의 휴대전화를 훔치는 등 상습절도 혐의로 29일 밤 검거돼 조사받던 중이었다. 지적장애 3급이며 한 달 전쯤 부산에서 올라와 일정한 거주지 없이 홍익대 화장실 등에서 생활했다. 경찰은 도주 사실을 1시간이 지나서야 상부에 보고했고 수색은 2시간 뒤에야 시작됐다. 이군은 도주 후에도 홍익대 부근과 잠실 등지를 돌아다니며 돈을 훔쳐 송파구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마포서는 전·의경 등 경찰 500여명을 투입해 31일 오후 3시45분쯤 서울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 흡연실에서 이군을 검거했다. 수갑은 이군의 주머니에 들어 있었다. 수갑을 벗는 과정에서 손목에 상처도 남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수갑이 애초에 헐겁게 채워진 것 같다. 피의자가 아파하면 인권 문제 때문에 수갑의 조임을 느슨하게 해주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감시에 소홀했던 여성청소년계 경찰관 2명을 상대로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조현우 기자
sotong203@kmib.co.kr
조현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